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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세계는 황폐화됐다. 괴생명체는 소리를 내는 사람을 잡아먹는다. 침묵을 강요당하는 생존. 조금이라도 소리를 냈다가는 그 길로 황천행이다. 이제 어쩔 것인가. 소리 없이 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제 막 갓난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이라면 어쩔 것인가.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침묵-소리-공포로 이어지는 서스펜스의 삼각형을 섬뜩하게 구현한다.
소리를 듣고 공격하는 괴생명체가 창궐하면서 전 세계는 소수의 생존자만 남았다. 괴물 퇴치 방법을 연구하며 가족을 지키는 아빠 리(존 크랜신스키), 언제나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청각 장애를 지닌 모험심 강한 사춘기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겁 많은 막내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는 2년 가까이 제대로 숨도 못 쉬고 괴생명체를 피해 살아간다. 임신한 에블린이 아이를 낳을 즈음, 괴생명체들은 일시에 몰려들어 리 가족을 위험에 빠뜨린다.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간결한 아이디어에 정체불명 괴생명체 공격과 가슴 뭉클한 가족애를 결합시킨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증과 신경세포를 자극하며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소음을 내지 않기 위해 집 주변을 모래로 덮어 맨 발로 다니고, 식사할 땐 접시 대신 채소 잎을 사용하고, 보드게임은 헝겊으로 만든 말을 이용하는 등 움직이는 동선의 모든 사운드를 제거한 디테일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단 한 번의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환경이 불안감을 극한으로 밀어 올린다.
리 가족은 높은 위치의 옥수수 저장고에선 추락하고, 낮은 위치의 은신처 지하실에선 물에 잠긴다. 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이란 없다. 숨 쉬는 것 외엔 모든 것이 공격의 빌미로 작용하는데, 괴생명체가 청각을 이용해 숨통을 조여 올수록 네 가족의 심장소리만 더욱 커진다.
청각/비청각의 대결구도도 흥미롭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청각이 발달한 괴생명체와 앞은 보이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레건이 부딪히는 침묵의 서스펜스가 위력적이다. 아빠-아들이 가족과 새 생명을 지키고, 엄마-딸이 괴물과 맞서는 설정과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반격의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도 영리하게 설계됐다.
호러는 감독이 저예산으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르다. 존 크랜시스키는 각본, 감독, 주연을 맡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런 재능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관객은 입을 틀어막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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