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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구 이후광 기자]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특유의 뚝심이 어린 투수들의 빠른 성장을 돕고 있다.
삼성과의 시즌 4차전이 열린 지난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두산은 4-5로 끌려가다 6회 김재호의 좌월 3점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9회말 마무리투수 김강률이 2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나섰지만 1사 후 이원석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뒤 다린 러프에게 곧바로 좌전안타를 맞으며 흔들렸다.
9회말 1사 1루 한 점차로 쫓기던 상황. 김 감독은 돌연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앞서 이현승 카드를 소진, 불펜에는 경험이 적은 어린 투수들만 대기하고 있던 상황. 마운드에 오른 건 다름 아닌 2018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의 19세 곽빈이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선두타자 강민호를 볼카운트 2B2S에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배영섭의 안타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헌곤을 초구에 3루수 땅볼로 처리, 경기를 끝냈다. 곽빈은 그렇게 데뷔 첫 세이브의 감격을 누렸다.
두산의 올 시즌 볼거리 중 하나는 어린 투수들로 구성된 불펜이다. 두산은 이용찬의 선발 전환과 함께 이영하, 박치국, 곽빈, 함덕주 등 20대 초반 위주의 승리조를 구축했다.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가 뒤따르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박치국(평균자책점 0), 곽빈(3.86), 함덕주(2.35) 등 대다수가 씩씩하게 제 공을 던지며 결과를 내고 있다. 이영하에겐 최근 고비가 찾아왔지만 그 역시 김 감독이 생각하는 ‘믿을맨’이다.
김 감독은 긴박한 상황에서 거침없이 이들을 투입시킨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다소 버거울 수도 있지만 또 이들은 꾸역꾸역 이닝을 책임진다. 그 결과 신인 곽빈은 9경기 만에 벌써 승리, 홀드, 세이브를 모두 맛봤고, 나머지 선수들 역시 날로 발전을 거듭 중이다. 여기에 팀 성적까지 뒤따르며 두산은 프로에서 가장 어렵다는 성적과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김 감독이 이들을 기용하는 철학은 분명하다. “어차피 경험을 쌓아야 한다면 1군에서 쌓는 게 낫다. 2군에서 시작하면 1군에 와서 또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프로의 세계는 단순하다. 어린 투수들이 기존 투수들보다 공이 좋기 때문에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운드에 오르는 이들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이영하는 “연습 투구 때도 머릿속에 주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긴장이 되지만 타이트한 상황이 재미있기도 하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고, 함덕주는 “불펜에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게 올 시즌 내 목표다”라고 ‘팀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두산 젊은 투수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직접 부딪치고 느끼면서 크는 것이다. 일단은 타이트한 상황에서 이들은 계속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 특유의 뚝심이 어린 투수들의 빠른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첫 번째),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이영하-함덕주-곽빈-박치국(두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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