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4연속번트. KIA는 웃을 수 없었다.
KIA가 13일 광주 롯데전서 진기록을 남겼다. 7회말 무사 2루 찬스서 최원준, 김민식, 황윤호, 이명기가 잇따라 번트를 댔다. 네 명의 타자가 연속번트를 댄 건 KBO 최초기록이다. 종전에는 세 명의 타자 연속번트가 최다연속기록이었다.
4연속번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일단 흔들리는 롯데 야수들의 심리를 잘 활용했다. 당시 선두타자 김선빈의 2루타에는 롯데 좌익수 전준우의 실책성 플레이가 섞였다. 충분히 뜬공 처리할 수 있었으나 낙구지점을 찾지 못했다.
무사 2루서 최원준의 희생번트를 포수 김사훈이 잘 잡았으나 한 번에 미트에서 공을 빼내지 못했다. 발 빠른 최원준이 전력질주했고, 1루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앤디 번즈도 송구를 놓치면서 실책을 범했다. 이후 무사 1,3루서 김민식의 희생번트를 투수 이명우가 잡았다 놓치면서 김선빈이 홈을 밟았다. 김민식 역시 출루. 황윤호의 희생번트로 첫 아웃카운트가 나왔고, 1사 2,3루서 이명기의 1루 방면 번트는 세이프티 스퀴즈 성격이었다. 3루 주자 최원준의 스타트도 빨랐다.
롯데 야수, 배터리들이 두 차례의 실책, 사실상 세 차례 연속 실책성 플레이에 의해 스스로 무너진 장면이었다. 상대적으로 KIA 타자들의 응집력이 돋보였다. 아무리 발 빠르고, 벤치 사인이 있었다고 해도 번트를 대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노경은과 고효준은 볼은 빠르지만, 컨트롤에는 기복이 있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의 투수들에게 번트를 대는 게 가장 까다로운 법이다.
그러나 KIA의 4연속번트에는 고민도 담겨있다. KIA 타선은 시즌 초반 승부처 응집력이 작년보다 약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13일까지 팀 타율은 0.292로 두산과 공동 2위다. 그러나 득점권타율은 0.268로 다소 떨어진다. 리그 6위다.
작년 KIA의 득점권타율은 0.324였다. 2위 두산이 0.296이었다. KIA의 득점권 응집력이 상당했다는 증거다. 하위타선의 핵심 이범호가 부상으로 빠졌고, 13일의 경우 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안치홍마저 목에 담 증세로 결장했다. 상대적으로 하위타선이 헐거웠다. 마침 7회말 찬스가 하위타선에 걸리면서 KIA 벤치로서도 고민이 컸을 것이다.
확실히 시즌 초반 투타밸런스가 원활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상대 실책이 있었지만, 4연속번트로 2점을 추가한 건 분명 타자들이 힘을 낸 결과였다. 하지만, 9회초에 김세현, 임창용이 흔들리면서 7실점,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해묵은 KIA 특유의 뒷문 고민을 재확인했다. 결승타도 민병헌의 스퀴즈 번트였다. 롯데는 KIA의 4연속번트에 결정적 번트 하나로 응수했다. 그만큼 KIA로선 속 쓰린 한 판이었다. 결국 8승9패, 5할 승률마저 무너졌다.
김기태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동요를 방지하고, 멀리 내다본다. 그는 "월별로 +(승패 차이)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루하루 이기고 지는 것보다, 크게, 멀리 내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KIA에 시즌 초반은 고민과 인내의 시간이다.
[최원준(위), 이명기(아래).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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