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병헌이가 번트를 기가 막히게 댔다."
롯데는 13일 광주 KIA전서 1-4로 뒤진 9회초에만 7득점,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마무리 김세현과 셋업맨 임창용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백미는 4-4 동점, 1사 1,3루 찬스서 민병헌이 임창용을 상대로 성공한 스퀴즈 번트였다.
당시 민병헌은 임창용의 초구 볼을 지켜봤고, 2구에 헛스윙했다. 그리고 3구에 1루수 방면으로 절묘하게 스퀴즈 번트를 댔다. KIA 1루수 김주찬이 타구를 잡고 홈에 송구했다. 그러나 3루에서 스타트를 빨리 끊은 김문호가 포수의 태그를 피해 홈을 쓸었다. 세이프.
KIA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으나 원심이 유지됐다. 롯데는 이후 이병규의 쐐기 우월 3점포로 승부를 갈랐다. 1차적으로 하위타선에서 KIA 마무리 김세현을 흔들었고, 민병헌의 스퀴즈와 이병규의 한 방이 결정타였다.
결과적으로 민병헌의 스퀴즈는 조원우 감독의 지시가 아니었다. 본인의 재치였다. 조 감독은 14일 광주 KIA전이 우천 취소된 뒤 "초구에는 세이프티 스퀴즈 사인을 냈는데 볼이 됐고, 2구째는 히팅 사인을 냈다. 이후에는 사인을 내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조 감독의 사인은 디테일했다.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는 "병헌이가 창용이에게 약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1타수 1안타였다. 하지만, 조 감독은 민병헌이 정상적인 타격으로 임창용에게 안타를 뽑아낸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민병헌이 초구를 잘 골라냈다. 2구에 강공 사인을 받자 헛스윙을 했다. 이후 조 감독은 민병헌에게 맡겼고, 최상의 결과를 냈다. 민병헌은 1루 쪽으로 절묘하게 번트를 댔다. 조 감독의 지시가 아닌, 민병헌의 재치였다.
조 감독은 "커리어가 있는 타자다. 만약 자신이 있었으면 타격을 했을텐데 알아서 번트를 선택했다. 코스가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루수 김주찬의 대처도 좋았다. 어지간한 1루수라면 그 타구를 잡는 게 쉽지 않은데 주찬이가 잘 잡더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롯데에는 한 방을 갖춘 타자가 적지 않았으나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능력이 빼어난 스타일의 교타자는 많지 않았다. 슬럼프에 빠진 타자가 늘어날수록 득점력 기복이 컸다. 민병헌은 발도 빠르면서 재치도 있다. 한 방 능력도 갖췄다. 두산 시절 큰 경기를 수 없이 치르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허벅지 통증에서 회복, 타격 페이스도 상승세다.
롯데는 스퀴즈 번트를 통해 민병헌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어느새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조 감독은 "대호와 병헌이가 살아나면서 중심타선 자체가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민병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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