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키스 먼저 할까요' 배우 감우성의 원숙한 멜로 감성을 기대했고, 결국 우리는 그에게 기댔다.
지난 2월 20일 첫 방송을 알린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 연출 손정현)가 24일 밤 방송된 39, 40회를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날 방송에서는 50번째 생일을 맞이한 시한부 환자 손무한(감우성)의 모습이 그려졌다. 안순진(김선아)과 손무한은 삶의 끝을 잊은 듯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매일을, 그렇게 살았고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어른들의 멜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진지하고 깊은 고뇌만이 가득할 것 같았던 예측과 달리 초반은 비교적 유쾌한 톤을 자랑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제목이 민망할 정도로 어른, 안순진과 손무한의 연애도 어딘가 어수룩했고 엉성하게 도발적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세상 어느 연인보다 진하고 애틋해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인생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라고 꼽을 수 있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두 사람의 곁은 따뜻했고 그렇게 서로의 숨을 나눴다.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와 흐름, 이를 깨뜨린 건 남자 주인공 감우성의 공이 크다. 멜로 장르로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감우성의 얼굴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과거 '연애시대', '내 생애 봄날',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을 보여준 호연으로 언제나 '멜로 장인'으로 거론되는 그였지만 사실 영화 '왕의 남자', '무법자', 드라마 '근초고왕' 등 속 투박한 이미지가 강렬했다. 그러나 이제 시청자들은 메마른 얼굴 속 그윽한 감우성의 눈빛을 더욱 기억할 듯 싶다.
감우성은 짙어지는 슬픔과 복합적인 감정들을 눈빛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배우였다. 이어 그는 양면적인 자신의 얼굴을 십분 활용했다. 까칠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으로 애정을 고백하기도 하고, 차갑게 거절을 하는가 하면,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존중이 섞인 존댓말로 상대를 한없이 사랑했다.
그뿐이겠는가. 극 초반 선보인 코믹 연기까지 완벽했다. 독거남의 비애를 표현하기 위해 감우성은 고군분투했다. 알몸으로 몸개그를 펼치고 성인용품을 착용한 채 입술을 비죽 내밀기도 하며 코믹과 로맨스를 적절히 혼재시켰다.
또한 감우성이 분한 손무한 역할은 업계에서 인정받던 최고의 광고 회사 이사이자 화려한 이력의 기획자였던 냉정한 인물. 안순진 딸의 죽음에도 도리어 시니컬했던 그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세상의 차가움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고 간접적으로 타인의 죽음에 일조한 자신의 과오를 자책했다.
만약 이 지점에서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했다면, 개연성에 의문을 갖고 관계 몰입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감우성이 스쳐 보낸 수많은 표정으로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렇게 '키스 먼저 할까요'는 감우성에게 또 다른 방점을 찍은 작품으로 남았다.
한편 '키스 먼저 할까요' 후속으로는 SBS 새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극본 서숙향 연출 박선호)가 방송된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