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속을 측정하지 않았다."
KIA 윤석민은 조용히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28일 kt와의 3군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했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브 피칭 성격이었다. kt 타자들을 타석에 세워놓고 투구한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2016년 12월에 어깨에 웃자란 뼈를 정리했다. 지난해 몇 차례 복귀를 시도했다. 하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재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통증이 있었다. KIA와 윤석민은 무리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몸을 만들기로 했다. 수 차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투수에게 가장 민감한 어깨 부상과 재활. 그럼에도 윤석민의 복귀 시계가 느리게 흐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재활은 정답이 없다. 실전을 통해 아프지 않은 걸 확인하고, 심리적, 기술적으로 완성돼야 한다. 단순히 실전의 기록과는 다른 문제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빠르게 통과할 수도, 윤석민처럼 천천히 통과할 수도 있다.
올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완주했다. 현역 시절 어깨 부상 경력이 있는 이대진 투수코치의 경험담과 격려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시즌 개막 이후에도 꾸준히 3군에서 몸을 만들었고, 마침내 실전과 비슷한 환경에서 투구를 했다.
KIA 관계자는 "지금은 라이브피칭을 처음으로 한 게 중요하다. 3군 경기서 던졌다고 해서 곧바로 복귀를 논하는 건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후 라이브피칭과 불펜피칭을 병행하면서 몸 상태를 체크한다.
KIA 마운드는 임기영의 복귀, 선발로 자리잡은 한승혁 등 선발진 운용에 숨통을 텄다. 불펜도 불안하지만 필승계투조 뼈대는 잡혔다. 그래도 각 파트별로 좀 더 강인해져야 한다. 지금은 약간 부족한 측면이 있다. 특히 작년만큼 압도적인 선발야구가 되지 않는 게 시즌 초반 KIA가 선두권으로 치고 오르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이다.
그런 측면에서 윤석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한 윤석민의 존재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KIA는 윤석민의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신중하게 다가간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3군 실전이었음에도 윤석민의 투구에 스피드건을 들이대지 않았다.
투수의 재활 과정에서 하프피칭, 불펜피칭 과정에선 구속 측정이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다른 팀 타자들을 상대로 한 라이브피칭에선 마음만 먹으면 구속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 가장 실전에 가까운 형태의 투구이기 때문이다.
KIA는 윤석민을 배려했다. 투수 본인이 생각했던 구속이 나오지 않으면, 그게 당연한 걸 알면서도 괜히 심리적으로 조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재활 자체가 엉킬 수 있다. 마음만 앞서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최근 한 지도자는 "어떤 투수는 마운드에서 투구 후 로진을 만지면서 습관적으로 전광판 쪽으로 슬쩍 시선을 돌린다"라고 웃었다. 그만큼 투수에게 구속은 민감하다. 잘 나올수록 만족하는 게 당연하다.
윤석민은 구속보다도 예전의 안정적이었던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밸런스대로 실전서 일정하게 던지고, 아프지 않은 걸 보여줘야 한다. 재활의 궁극적 목표다. 그런 점에서 KIA의 배려는 인상적이다. 윤석민의 복귀는 속도와 시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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