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조건 손해? 꼭 그렇지는 않다.
넥센은 간판타자 박병호와 서건창 없이 약 1개월간 버텨왔다. 시즌 전 장정석 감독의 타순 구상은 완벽히 흐트러졌다. 박병호와 서건창의 장기공백 외에 최근 김민성과 마이클 초이스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 전에도 타격 페이스가 썩 좋지는 않았다. 결국 넥센 타선은 장타력과 득점력이 극대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병호와 서건창이 없는 현 상황이 넥센에 100% 무의미한 건 아니다. 지난주 최악의 타격 집단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동력을 얻었다. 자연스럽게 플랜B를 가동하면서 새로운 자원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주전 타자 4~5명이 빠졌으나 오히려 전체적인 타격 사이클은 상승세다.
일단 2루수는 수비력이 좋은 김혜성이 사실상 붙박이로 기용된다. 4일 수원 kt전서 김하성이 3루에 배치되자 유격수로 옮기기도 했다. 1루는 장영석, 김태완이 고루 배치된다. 장영석은 김민성의 부상으로 3루수로도 기용됐다.
외야도 이정후만 고정일 뿐 임병욱, 고종욱, 김규민 등이 돌아가며 기용된다. (고종욱마저 어깨 관절와순 파열로 1군 제외, 공백 불가피) 이택근도 지명타자나 외야수로 들어올 수 있다. 최근에는 상위타순에 자주 배치된다.
즉, 박병호와 서건창이 붙박이로 버텼다면 상대적으로 출전기회가 줄어들 수 있었던 자원들이 충분히 기회를 얻고 있다. 특히 김혜성은 타격에서 임팩트는 크지 않아도 1군 타자들을 상대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낸다.
좌타자 김규민은 2015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3년이 지난 올 시즌에 빛을 발하고 있다. 6경기서 타율 0.462에 1일 창원 NC전서는 홈런도 한 방 때렸다. 순식간에 다른 외야수들을 긴장시키는 존재가 됐다. 1루 수비도 가능하다. 고종욱 대신 1군에 올라온 송성문도 4일 경기서 2타점 2루타 한 방을 때리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김하성은 박병호의 부상 이후 4번 타순을 꿰차면서 공교롭게도 타격 페이스가 올라왔다. 특히 최근 7경기서 12타점을 쓸어담을 정도로 생산력이 좋다. 최근 넥센타선이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한 건 김하성이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는 게 크다.
박병호와 서건창의 장기공백, 초이스와 김민성의 이탈이 넥센 타선을 어지럽게 한 건 맞다. 그러나 모든 팀은 스프링캠프부터 플랜B를 준비해놓는다. 플랜B가 실전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선 실전 확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두산 등 몇몇 야수층이 두꺼운 팀은 전략적으로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플랜B의 위력을 확인해보기도 한다.
플랜A가 144경기 내내 완벽하게 구현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넥센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케이스다. 아직도 시즌은 초반이고, 실전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지난주 급격한 타격 사이클 저하로 고생했지만, 최근 플랜B의 쓰임새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면서 전체적인 페이스까지 끌어올린 건 분명한 수확이다.
이런 상황서 부상자들이 건강하게 돌아오면, 장 감독으로선 여유 있게 상대 투수나 구장 특성, 개개인의 페이스에 따라 다양한 라인업과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결과론이지만, 박병호와 서건창의 장기공백이 넥센에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몇 경기 손해도 봤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있다.
[박병호(위), 김혜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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