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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시청률 5% 돌파요? 안 느껴질 정도로 상상을 못했던 일이에요. 부정적인 생각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5%를 넘는 건 욕심이 아닐까 했는데 넘었어요. (웃음) 이 얼떨떨함을 즐기고 있어요.”
윤시윤이 최근 종영한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로 호연을 펼쳤다. 잔인한 운명에 놓인 이휘라는 캐릭터를 처연하면서도 절절하게 그려내며 ‘인생캐’라는 극찬을 받았다.
“‘인생캐’라고 봐주셨다면 감사해요. 그 전작도 그렇지만, 정말 이 캐릭터와 사랑에 빠져 연기했어요. 70% 정도 넘어가니 대본이 나오지 않아도 앞의 내용, 대사들을 대충 알겠더라고요. 다음 감정들을 유추할 수 있었어요. 그만큼 이입, 몰입한 것 같아요. 결말이나 그런 부분도 대략적으로 꿈꿔왔던 방향이라 좋았고요.”
윤시윤은 다른 작품에서도 늘 그래왔듯, ‘대군’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결과를 미리 생각하기 보다는 작품과 캐릭터 그리고 그 과정에 집중했다.
“실망스러운 결과도 꽤 쌓였고 어떤 작품은 잘 되기도 했어요. ‘역시나 내가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것 같아요. (‘대군’의 성공이) 감사한 결과이기는 한데 저 스스로 복기를 해봐야 하잖아요. 팀플레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내가 최선을 다하고, 그러면서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거구나’, ‘좋은 스태프를 만나는 걸 늘 꿈꿔야 하는구나’를 이번에도 느낀 것 같아요.”
‘인생캐’라는 극찬을 받았음에도, 그리고 ‘대군’을 하드캐리했음에도 윤시윤은 자신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연기에 있어 겸손 또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윤시윤은 본인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촬영 중 들었던 생각으로 답을 대신했다.
“개인적으로 7~8부가 저에게는 널뛰기였어요. 7부를 가장 고통스럽게 찍었죠. 가장 집중이 안 됐고, NG도 났고요. 세연이한테 문자로 ‘미안하다.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해올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사과도 했어요. 반면 8부는 좋은 컨디션에서 집중해서 한 신 한 신 찍었어요. 그런데 7부는 평범하게 잘 나왔고, 8부의 경우 힘들이며 찍었는데도 비슷하더라고요. 그 때도 ‘내가 생각한 것처럼 그림이 나오는 게 아니구나’를 느꼈어요. 그 결과물은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제 단점들만 보이는 것 같고. 그런 걸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만족은 해요. 제 연기에 대한 만족이 아닌 결과물에 대한 만족이지만요.”
윤시윤은 ‘대군’을 통해 다시 한 번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가 생각하는 겸손이란 ‘내’가 아닌 ‘우리’였다.
“제작발표회 때 잠을 못 잤어요.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까봐요. 그럴 경우 그 끝에는 제 자신에 대한 원망이 있기도 해요. ‘더 잘할 걸’ 또는 ‘했는데도 안 되네’ 싶어지고.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지 걱정됐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크게 느꼈던 건, 같은 목표를 향해 갔던 우군들이 있잖아요. ‘결코 내가 혼자서 짊어지고 가지 말아겠다. 난 내 몫의 1인분만을 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야겠다’ 였어요. 전 그런 것이 겸손이라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겸손이란 ‘내가 다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깨닫는 거예요.”
윤시윤은 과거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지는 것이 배우로서의 책임감이라 생각했다. 현재의 그는 더 유해진 편. 한 명의 배우가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배우가 경계해야 할 ‘오만’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전에는 제가 모든 걸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조금 더 힘을 빼고 상대방에게 의지하는 법을 몰랐죠. 알면서 무시해왔던 건 아니지만 제가 다 열심히 해야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변한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도 감독님이 오케이를 하면 잘한 신이라고 봐요. 제가 잘했다고 생각해도 감독님이 한 번 더 가자고 하면 못한 신이고요.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이런 변화는 ‘믿음’에서 나왔다.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도 그가 믿었던 사람들. 윤시윤은 상대역인 진세연에 대해 본인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배우였다며 칭찬했다. 진세연이 실제로도 성자현 같았다는 윤시윤은 그가 보조출연자들이 추운 겨울 편하고 따뜻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자신의 천막을 내주는가 하면 자신의 핫팩을 나눠준 일 등을 공개하며 “그런 배우를 처음 봤어요.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선함, 따뜻함이 있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연이에게는 한 번 더 생각해 지혜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똑똑한 친구들은 많지만 지혜로운 건 다르잖아요. 세연이가 지혜로운 친구인 듯해요. 자현과 비슷했죠. 자부심이 들게 한다고 해야 하나? 정말 좋은 배우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친구였어요. 리액션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주고. 세연이가 착한 건 정말 유명하더라고요. (웃음)”
진세연과는 알콩달콩 애정신들도 많았다. 과거 키스신을 잘 찍지 못한다고 고백했던 윤시윤. 그는 “컷을 한 뒤 서로 민망한 게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민망함을 느낄 틈이 없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얼굴에 붙여 놓은 턱수염 때문에 고생했다는 것.
“제가 키스신을 잘 못 찍어요. ‘최고의 한방’을 할 때도 세영이게에 혼이 났었죠. 카메라에 보여줘야 하잖아요. 핑계이긴 하지만 그러다보니 어색하고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키스신이 자신 없어요. (카메라 밖에서는 잘 한다고 하지 않았나?) 허세에요. 사실 그 실력이 어디 가겠어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카메라 감독님이 제 키스신을 찍는 실력이 더 느신 것 같아요.”
극 중 대립하던 주상욱에게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상욱이라는 배우에 푹 빠져서 연기를 했다는 최고의 극찬도 뒤따랐다.
“상욱 형의 연기가 굉장히 좋아하는 연기스타일이에요. 저는 잔연기를 하는 스타일이고 형은 깔끔하고 엣지 있는 연기를 하죠. 남자 주인공의 연기를 임팩트있게 잘 하는 배우에요. 행동도 깔끔하고 몸의 태도 좋아요. 배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거기에 빠져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가 꺼지면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형이 가지고 있는 센스가 좋은 것 같아요. 형이 현장만 오면 분위기가 좋아졌죠. 상욱 형과 마지막 신을 찍고 ‘형과 일을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어요.”
윤시윤은 현재, 주상욱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활약한 바. 윤시윤은 자신은 자유롭지 못한 성격인 반면 주상욱은 히피 같은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상욱 형은 오히려 예능이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모습 보여주면 되고, 실수하면 사과하면 되고. (웃음) ‘1박2일 게스트 섭외요? 당연히 1순위죠!”
[사진 =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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