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김나라 기자] 일본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만비키 가족'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3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만비키 가족'이 월드 프리미어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됐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이에 14일 오전 마련된 프레스 스크리닝 역시 해외 매체들의 높은 관심 속에 상영됐다.
'만비키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4번째 장편 연출작. 더불어 자신의 주특기를 가감 없이 발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태풍이 지나가고'를 선보일 당시 JTBC '뉴스룸' 등 각종 언론 매체에 "당분간 가족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러나 이내 가족 드라마 장르로 다시 복귀, 반가움을 자아냈다. 특히나 '만비키 가족'은 '아무도 모른다' '태풍이 지나가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 대표작들의 색깔을 모두 아우르는 작품으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가 초기작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며 '고레에다 히로카즈표'만의 결이 살아 있다. 과연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생각해온 것을 모두 담은 영화"라고 자신할 만했다.
그 줄거리는 이렇다. 재개발 물결에서 남겨진 오래된 주택가, 사회라는 바다의 바닥을 기는 가족이지만 항상 웃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도둑질로 일상을 연명하면서도 오손도손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인근 고층 아파트 단지 내 복도에서 떨고 있는 어린 소녀 유리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키운다. 그런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가족은 산산조각 찢겨 나가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들이 속속히 밝혀진다는 내용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만비키 가족'을 통해 일본 현대 사회의 오늘을 꼬집었다. 최근 들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유령 연금' 범죄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가 시작됐다. 부모가 사망했음에도 그 연금을 받아 챙기기 위해 사망 신고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채 생활해온 일본 가족의 실화를 다뤘다. 지난 2015년엔 무려 50년 동안 부모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4억 5,000만 원이 넘는 연금을 부정 수령해온 80대 노인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류상 110세가 넘는 부모가 알고 보니 50년 전에 사망한 망자였던 것.
'도둑 가족'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생계형 범죄를 조명하며 현대 사회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영어 제목 또한 Shoplifters, 좀도둑이다. 훔치는 사람들 혹은 훔쳐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양화 되고 있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혈연관계라는 이유로 옭아매는 가족이 아닌, 대안가족의 삶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결국엔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주인공들이 도둑질 끝에 가족이 되고 또 이들에게 도둑질은 애정표현의 한 방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린 소년 쇼타(죠우 카이리),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마저 이 비정상적인 생활에 익숙해진다. 이 때문에 도쿄 빈민가에서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을 쌓은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희망이라는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묵직하게 감정을 자극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를 던진다.
그간 여러 차례 함께해온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등이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쇼타 역의 죠우 카이리, 유리 역의 사사키 미유는 오디션을 통해 발탁했다.
외신의 반응은 호평일색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별 다섯 개 만점 중 4개를 매겼다. '마음을 훔친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찬사를 보냈다. 미국 버라이어티(variety)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성숙하고 가슴 아픈 사회 의식 드라마로 돌아왔다"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주인공들의 거친 생활 방식은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도 편안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괴적인 결론은 현존하는 국가 시스템이 얼마나 가난한 개인들을 실망시키는지를 드러낸다"라며 "'아무도 모른다'로 회귀하는 것은 물론, 무엇이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지, 일본 사회가 화합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예술과 주류 관객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극찬도 있었다.
'만비키 가족'은 오는 6월 8일 일본에서 개봉한다.
[사진 = 영화 '만비키 가족' 공식 포스터, 스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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