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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이후광 기자] 이영하(21, 두산)가 베테랑 포수 양의지의 든든한 리드 아래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이영하는 이용찬과 유희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선발 기회를 얻어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첫 등판이었던 4월 24일 SK전에선 조기강판의 쓴맛을 봤지만 29일 NC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챙겼고, 최근 5월 16일 SK를 만나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로 2승을 신고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프로다”라며 이영하에게 계속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18일 부산에서 만난 이영하는 “좋은 기회가 와서 꼭 잡고 싶다. 논리는 간단하다. 잘 던지면 다음에 기회가 오고, 못 던지면 밀려난다”라며 “매 경기 마지막 선발 등판이라고 각오로 던진다. 선발이 편하고 또 가장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라고 최근의 비장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영하는 올 시즌 김태형 감독이 점찍은 필승계투조 요원이었다. 시작도 좋았다. 초반 3경기서 묵직한 직구 구위를 뽐내며 2홀드 평균자책점 0을 남긴 것. 그러나 4월 1일 KT전 1⅓이닝 4실점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찾아왔다. 4월 구원 등판한 7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10.80. 그런 가운데 이용찬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 감독은 대체 선발로 과감하게 이영하를 점찍었다.
이영하는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출발했는데, 잦은 실수로 인해 페이스가 한 번 떨어졌었다”라고 부진 시기를 되돌아보며 “그러나 다시 좋아지는 타이밍에 선발 기회를 얻었다. 아무래도 길게 던지니 밸런스도 찾는 느낌이다. 확실히 준비기간이 길어서 몸 관리가 수월하다. 지금은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영하는 최근 호투의 공을 선배 양의지에게 돌렸다. 두산의 올 시즌 성공적인 마운드 세대교체 뒤에는 베테랑 포수 양의지가 있다. 함덕주, 곽빈, 박치국 등 어린 선수들은 하나 같이 “양의지 선배가 있어 든든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신인 곽빈은 양의지를 언급하자 “내 전력이 90%를 차지한다”라고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이영하도 마찬가지였다. “리드를 정말 잘해주는 포수다”라고 운을 뗀 그는 “도루하면 다 잡아주고, 마운드에서도 잘 이끌어준다”라며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데, 양의지 선배 사인대로만 던지면 실점 안 하고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라커도 바로 옆이라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양의지는 어린 투수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른바 ‘밥 잘 사주는 좋은 선배’를 자청하며 후배들을 이끈다. 이영하는 “일단 밥을 종종 사주신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먼저 다가와 친해지려고 하신다. 이에 우리도 더 잘 따라가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18일 롯데전 이후에도 이영하를 포함한 몇몇 어린 선수들에게 밥을 샀다고 한다.
이영하는 향후 선발진에 남기 위해 보완해야할 점을 묻자 1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영하의 올 시즌 1회 피안타율은 .389로 높다. 그는 “1회가 참 불안하다. 광주에서도 1회가 힘들었고, 최근 SK전에서도 1회에 원래 점수를 주는 건데 허경민 형 덕분에 실점하지 않았다”라며 “출발이 좋아야 그 경기가 잘 풀린다. 1회 제구에 특히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 그러나 사실 지금도 신경은 쓰고 있다”라고 했다.
이영하는 끝으로 자신의 2차례 선발승을 뒷받침해준 야수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두산의 탄탄한 수비진을 향해 이영하는 “사실 잘 맞은 타구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수비에서 그것을 다 잡아줬다”라고 말하며 “내 전력의 50%는 양의지, 40%는 수비, 그리고 10%만이 온전한 내 실력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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