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플랜A와 플랜B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공격수가 3명(손흥민, 황희찬, 김신욱) 밖에 없지만 문선민, 이승우, 구자철이 투톱 형태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추가 발탁 없이 운영하려고 한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호에 부상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김민재(전북), 염기훈(수원)이 부상으로 낙마한데 이어 권창훈(디종), 이근호(강원)마저 쓰러졌다. 재활 중인 김진수(전북)도 사실상 월드컵 출전은 불가능한 상태다. 월드컵 본선을 코앞에 두고 플랜A와 B가 모두 무너진 신태용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은 추가 발탁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4-4-2 포메이션의 측면 날개와 4-3-3의 스리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권창훈이 못 뛸 때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고, 역시 4-4-2의 투톱과 4-4-1-1의 처진 공격수로 활용 가능한 이근호의 부상 낙마에도 “추가 발탁 없이 운영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이 권창훈, 이근호의 연이은 부상에도 대체 발탁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둘 없이도 가능한 ‘플랜C’를 구상했기 때문이다.
일단 플랜A였던 4-4-2 포메이션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는 “잘 아시다시피 4-4-2를 하려고 했는데 전면 수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4-3-3을 할 것 같지도 않다. 권창훈, 이근호 두 명의 공격 자원이 사라진 상황에서 3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배치해야 하는 스리톱 전술을 추가 발탁 없이 가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8명에서 26명으로 줄어든 현재 소집 명단을 볼 때 신태용 감독이 구상 중인 플랜C는 3-5-2(혹은 3-4-1-2, 3-1-4-2) 포메이션이 유력하다.
포백 수비의 중심축이었던 김민재의 이탈로 대표팀 수비는 스리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소집 명단에 센터백만 6명을 발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두 명의 센터백을 기용하는 포백 시스템에선 4명의 중앙 수비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 명의 센터백을 쓰는 스리백은 백업 멤버가 최소한 2명은 확보돼야 부상에 대처할 수 있다.
여기에 풀백보다 윙백에 적합한 김민우, 홍철(이상 상주), 고요한(서울), 이용(전북) 등의 발탁은 신태용 감독이 포백을 포기하고 스리백으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전방에 3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3-4-3보다 3-5-2에 대한 설득력이 더 높다. 이는 권창훈, 이근호 등 전천후 공격 자원의 이탈에도 대체 발탁을 선택하지 않은 신태용 감독의 선택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문선민, 이승우, 구자철 등을 투톱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주전 투톱으로 쓰면서 문선민, 이승우, 구자철을 상황에 따라 조커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높이가 필요할 때 쓰는 옵션이다.
신태용 감독이 전방을 스리톱이 아닌 투톱으로 구상하는 이유는 중원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다. 3-4-3 포메이션의 경우 중앙 미드필더 2명에게 수비적인 부담이 가중된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선발이 유력한 상황에서 누가 옆에 서든, 공격 전개보다 스리백을 보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기성용의 빌드업 능력을 적극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김민우, 홍철 그리고 고요한 등 측면 윙백들이 수비보다 공격에 특화된 점도 중앙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스리백 전술의 경우 공격 상황에서 윙백의 전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윙백이 뒤에만 머물면 5-3-2 내지는 5-4-1이 되면서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이 되기 쉽다.
플랜C가 정말 3-5-2 포메이션이라면 베스트11에 대한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투톱을 이루고 삼각형 중원에는 기성용, 박주호, 이재성(혹은 정우영)이 짝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좌우 윙백은 김민우, 이용 그리고 스리백은 권경원, 김영권, 장현수가 유력하다.
또한 조직력이 필요한 수비 라인의 경우 평가전부터 큰 변화 없이 갈 확률이 높고, 중원은 체력적인 보강 차원에서 1명 정도 교체 멤버가 대기할 것이다. 그리고 투톱은 ‘높이’에선 김신욱이, ‘스피드’에선 문선민과 이승우가, ‘연계’는 구자철이 조커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윤곽은 다가올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짧은 기간 안에 조직력을 최대한 극대화하겠다. 내 머릿속은 100% 구상이 끝났다”고 말했다. 플랜A와 B를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플랜C의 반복적인 연습만이 길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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