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단 안우진과 신재영이 주목을 받는다.
올 시즌 넥센 장정석 감독만큼 갑작스럽게 플랜B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였던 사령탑이 있을까. 장정석 감독이 또 한번 긴급한 결정을 앞뒀다.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1선발 에스밀 로저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로저스는 3일 잠실 LG전 3회말 무사 2루서 복부로 향하는 김현수의 타구를 잡으려다 오른손 넷째, 다섯째 손가락 사이를 강타 당했다. 10바늘을 꿰맸다. 그리고 넷째 손가락이 뒤로 꺾였다. 인대손상과 골절. 장기공백이 예상된다.
선발로테이션 조정이 불가피하다. 최근 넥센 선발진에는 변화가 있었다. 신인 안우진이 로테이션에 가세했다. 5선발 신재영이 불펜으로 옮겼다. 그러나 로저스가 갑자기 빠졌다. 한 명의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장 감독은 신재영을 중간계투로 활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표적선발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로저스가 다치면서 이 계획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신재영을 선발로 복귀시키는 게 가장 무난한 플랜B다.
신재영을 선발로 복귀시키면 제이크 브리검~최원태~한현희~신재영~안우진으로 로테이션을 꾸리게 된다. 이럴 경우 선발로테이션의 안정감 유지는 신재영과 안우진에게 달렸다. 브리검, 최원태는 이미 리그 최고수준의 2~3선발이다. 한현희도 3~4선발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현실적으로 신재영과 안우진이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로저스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신재영이 선발로테이션에서 밀려난 원인은 기복이다. 올 시즌 넥센 선발투수들 중 기복이 가장 심했다.
그동안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 피치의 약점을 과감한 몸쪽 승부로 극복해왔다. 그러나 몸쪽 제구가 제대로 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결과의 극명한 차이로 돌아왔다. 피홈런이 많은 것도 이 대목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보직에서 던지든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안우진은 로저스의 이탈로 선발진 후미를 더욱 단단히 받쳐야 한다.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을 보유했다. 그러나 신재영처럼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 짧은 이닝 소화에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선발로 나선 2일 잠실 LG전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장 감독은 "체인지업도 던질 줄 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위기에서 내놓는 무기는 빠른 볼과 슬라이더다. 구속 차가 크지 않아 지속적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가 쉽지 않은 약점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당장 다른 구종을 장착하기도 쉽지 않다. 제구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결국 스스로 실전경험을 통해 상황에 맞는 요령을 터득하고 익혀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와 포수의 도움도 필요하다.
신재영과 안우진이 동시에 선발투수로 안착하는 게 로저스가 이탈한 현 시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가 통하지 않으면 장 감독은 플랜C~D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2군으로 내려간 좌완 김성민이나 최근 1군에 올라온 또 다른 좌완 이승호 등 상대 팀과 개개인의 컨디션, 로테이션 상황에 따라 매번 엔트리를 조정하면서 다른 5선발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안우진까지를 4선발로 고정하고 신재영도 변칙 5선발 범주에 넣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상대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는 시점에서 마운드 관리를 더욱 세심하게 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또한, 고정 선발로테이션에 비해 선발진 후미의 안정감이 떨어지는 약점은 있다. 장 감독의 이번 선택이 시즌 중반 넥센의 운명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안우진(위), 신재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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