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변산’은 ‘동주’ ‘박열’과 이어지는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의 대미를 흥겨운 스웩으로 장식한다. 청춘의 가슴을 뒤흔드는 열정이 충만한 이 영화는 감추고 싶은 흑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라는 메시지를 랩에 담아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과 이어지는 ‘음악 3부작’의 연결고리도 완성했다. 식민지 시절의 지식인(‘동주’ ‘박열’)이든, 88만원 세대의 청춘(‘변산’)이든, 고단한 현실의 중년(‘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이든 “좌절하지 말고 돌파하라”는 이준익 감독의 세계관은 일관되게 흐른다.
발렛 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는 쇼미더머니 6년 개근의 열정을 불태운다. 또 다시 예선 탈락을 맞이한 인생 최악의 순간, 자신을 짝사랑하는 선미(김고은)의 연락을 받고 고향에 강제로 소환된 학수는 부정하고 싶은 흑역사와 마주하며 예측불허의 사건을 겪는다.
‘변산’에서 학수는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화해와 치유, 희망과 용기의 동력을 얻는다. 불편한 관계의 아버지(장항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선미, 끝까지 발목을 잡는 동네 건달 용대(고준)는 그가 멀리하고 잊고 싶었던 과거의 아픈 상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나간 세월은 ‘현재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품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에 플래식백을 배치해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조금씩 바뀌어가는 학수의 고향 방문기를 유쾌하고 코믹한 호흡으로 담아낸다.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소원’ 등에서도 드러났듯, 그의 영화는 ‘놀이의 미학’이 살아 숨쉰다. 연산군의 광대, 라디오 부스의 DJ, 딸의 아픔을 코코몽으로 달래주는 아빠를 통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놀이’로 현실을 이겨내려는 의지를 조명했다. ‘변산’의 뻘밭 싸움 역시 어느새 동창들의 놀이로 변하며 시끌벅적한 화해의 장으로 변한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한 균형에 맞춰내는 코미디 감각은 녹슬지 않았고, ‘황산벌’ 이후 다시 등장한 전라도 사투리의 구수한 입말은 고향의 정서를 따뜻하게 품어낸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신들린 듯한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던 박정민은 이번엔 리듬감이 넘치는 래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학수의 현실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가사는 가슴을 뛰게하는 힘을 발휘한다. 드라마 ‘도깨비’의 김고은은 사랑스러운 매력이 무엇인지를 절정의 기량으로 보여준다. 장항선, 고준, 신현빈, 김준한 등 조연들의 연기도 극에 잘 녹아들었다.
‘개운하다’의 전라도 사투리 ‘개완하다’가 울려 퍼질 때, 학수는 자신을 짓눌렀던 과거를 훌훌 털어낸다. 정면으로 바라본 흑역사가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다.
반성하는 사람은 되돌아보면서 진실해지는 법이다.
[사진 제공 = 메가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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