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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플레이메이커’를 사랑한다.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천재 미드필더’ 후안 로만 리켈메를 활용한 전술로 강한 인상은 남겼다. 그리고 4년 전에도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세워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록 두 대회 모두 개최국에 발목을 잡혀 8강에 그쳤지만, 페케르만 감독의 굉장히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전술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심지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페케르만 감독은 ‘2명’의 플레이메이커를 동시에 기용하는 과감한 전략을 선보였다.
첫 경기 패배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그는 일본전에서 교체로 뛰었던 하메스와 후안 퀸테로를 폴란드전에 동시 선발로 내보냈다. 두 선수 모두 공격을 조율하고 문전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창의적인 ‘10번’이다. 속도와 압박이 대세인 현대 축구에서 플레이메이커를 동시에 기용하는 팀은 많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페케르만의 일명 ‘더블 플레이메이커’ 시스템은 매우 과감한 시도였다.
(콜롬비아 4-2-3-1 포메이션 : 1오스피나 – 4아리아스, 13미나, 23산체스, 17모히카 – 8아길라르, 5바리오스 – 11콰드라도, 20퀸테로, 10하메스 – 9팔카오 / 감독 호세 페케르만)
(폴란드 3-4-3 포메이션 : 1슈체스니 – 20피슈첵, 5베드나렉, 2파즈단 – 18베레신스키, 10크리호비악, 6고렐스키, 13리부스 – 19지엘린스키, 23코브니키, 9레반도프스키 / 감독 아담 나바우카)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보다 공을 가지고 전개하는 역할에 익숙한 하메스를 측면에 세운 전략은 상대에게 공간을 내줄 위험이 있다. 더구나 하메스는 왼쪽에 머물지 않고 중앙과 심지어 반대편인 오른쪽까지 폭 넓게 움직였다. 이는 콜롬비아 ‘왼쪽 풀백’ 모히카가 상대 윙어에게 1대1로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하메스는 수비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격시에는 자유롭게 움직였지만 수비할 때는 본래 자리인 왼쪽으로 내려와 4-4-1-1 대형을 유지했다. 콜롬비아에서 상대 공을 가장 많이 빼앗은 선수가 바로 하메스(10회)다. 반대편의 콰드라도도 10차례 상대 공을 탈취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콜롬비아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또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한 페케르만 감독의 선택 덕분에 콜롬비아의 더블 플레이메이커 전술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바리오스와 아길라르는 좌우 풀백이 전진할 때 측면을 적절히 커버하며 폴란드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했다.
하메스와 퀸테로를 동시 기용한 작전은 콜롬비아의 선제골이 터지며 적중했다. 경기 내내 상대 허를 찌른 패스를 선보였던 퀸테로는 전반 40분 코너킥 찬스에서 하메스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전달했고, 하메스가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미나의 헤딩골을 이끌었다. 발 끝이 좋은 플레이메이커 두 명이 있어 가능한 골이었다.
둘의 활약은 후반에도 계속됐다. 퀸테로는 후반 25분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팔카오의 추가골을 이끌었고, 하메스는 6분 뒤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패스로 콰드라도의 쐐기골을 도왔다.
폴란드는 스리백을 바탕으로 좌우 윙백이 내려온 사실상 파이브백을 가동하고도 콜롬비아의 더블 플레이메이커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상대가 팔카오 원톱을 쓰는데도 3명의 센터백을 배치하는 비효율적인 수비 전술을 사용했고, 그로인해 중원에서 수적인 열세에 놓였다. 또한 윙백까지 부진하면서 레반도프스키가 완전히 고립됐다.
기사회생한 콜롬비아는 세네갈과 최종전에서 16강 진출을 노린다. 폴란드보다 속도가 빠른 세네갈을 상대로 페케르만 감독이 또 다시 하메스, 퀸테로 두 명의 더블 플레이메이커를 가동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폴란드전에서 대성공을 거둔 만큼, 이 작전이 또 다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사진,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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