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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CJ E&M의 대표 케이블 채널 tvN을 독보적인 트렌드 리더로 만든 장본인은 이견 없이 나영석PD다. 대신 명과 암은 뚜렷했다. 지상파를 위협할 채널 장악력은 커졌으나 인기 편중 현상의 위험도 피할 수 없었다.
스타PD 한 사람의 파급력이 채널 브랜드 파워보다 강해지면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하기엔 어렵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tvN 예능국은 2018년 상반기에는 나영석 사단 의존도를 낮추고 소속 PD들의 제작을 전폭 지원하며 변화 및 다양성에 힘을 줬다.
▲ 가장 원초적이지만, 여전히 뜨거운…'食예능' 저변 확대
과거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먹방', '쿡방' 등의 음식 예능이 여전히 콘텐츠 제작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 중 하나가 식욕이니 만큼 음식 예능은 오랜 기간, 대중과 밀접하게 위치해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tvN은 단순 '먹방'에 머무르지 않았다. 창조 대신 변주를 활용해 '먹방'의 저변을 확대시켰다.
#'윤식당2'
물꼬는 나영석의 '윤식당2'로 텄다.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신구 조합으로 선보였던 '윤식당'이 최고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하 동일)라는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윤식당2'는 론칭 전부터 방송계 안팎으로 큰 기대를 모았는데, 또 터졌다.
신구 대신 젊은 피 배우 박서준이 아르바이트생으로 합류한 '윤식당2'는 스페인 가라치코에 식당을 개업해 보다 더 전문적이고 감각적인 요리 및 경영으로 16%라는 기록을 세우며 역대 tvN 예능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의 다채로운 반응, 이국적인 풍경 등은 주요 관전 포인트였고 여행과 요리 예능 결합의 안정성을 견고하게 했다. 방송 초반 위생 부분을 지적 받기도 했으나 나영석은 다음 시즌에서의 명확한 개선을 약속하며 시청자들의 우려를 지웠다.
#'현지에서 먹힐까'
3월 27일에 첫 방송한 '현지에서 먹힐까'는 나영석 사단으로 잘 알려진 이우형PD가 '신혼일기' 이후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인 홍석천을 필두로 배우 여진구, 신화 이민우가 가세해 태국으로 떠났다.
'이태원 식당'의 굵은 축, 홍석천의 능숙한 요리 및 경영 실력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했고 모난 데 없는 여진구와 이민우의 '케미'가 인기 요인으로 떠올랐다. 다만 최고 시청률은 1.9%에 그쳤다. 2%대는 넘지 못했지만 이색적인 조합과 MSG없는 전개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시즌2를 기대하게 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또 백종원이야?"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앞서 다수의 '먹방' 프로그램에 등장해 매너리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음식을 사랑하는' 박희연PD의 연출이 이를 완벽히 희석시켰다. 백종원은 중국 청두, 홍콩, 일본 도쿄, 후쿠오카, 태국 방콕, 하와이, 하얼빈을 여행하며 제대로 된 '식도락 여행'을 선보였다.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음식의 기원으로 연결시키며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 포맷에 가까웠지만 감각적인 연출에 힘 쓴 덕에 지루함 대신 신선함을 안겼다. 첫 방송부터 호평이 쏟아지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했고 '웰메이드 예능'이라는 수식어도 얻어냈다. 제작진은 휴식을 가진 뒤 시즌2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수미네 반찬'
'손맛의 대가' 배우 김수미가 셰프로 나섰다. 하지만 여느 셰프들이 등장하는 요리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확한 계량으로 정석적인 요리를 선보이던 이전과 달리 김수미는 집반찬을 요리하는데, 오로지 손맛에 맡긴다. 최현석 셰프 등이 "얼마나 넣어야 하냐"고 물어보면 "나도 모른다. 그냥 이렇게"라고 말하며 손짓한다. 그러나 맛은 '엄마의 요리'를 생각나게 하는, 일품이라는 전언.
백종원의 레시피, 최현석의 레시피 등처럼 시청자들이 그의 요리를 곧잘 따라갈 수는 없지만 토크에서 가족의 향과 정이 느껴진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이 호평을 건넨 이유다. '쿡방'의 기존 의미를 전복시키며 새로운 테마를 탄생시킨 문태주 PD의 '수미네 반찬'은 최고 시청률 4.5%(2회)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 연애 리얼리티 '선다방' & 음악 퀴즈쇼 '놀라운 토요일'…익숙한데, 다르다
최근 '임시 휴업'에 들어간 '선다방'은 기본적으로 연애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여느 로맨스 프로그램과 달리 경쟁이 없다. '맞선 전문 카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세운 '선다방'은 자극적인 연출과 과도한 '낚시' 없이 따스한 감정선을 유지한다. 배우 유인나, 가수 이적, 개그맨 양세형, SF9 로운이 카페지기로 등장하며 그들은 관찰자이자 주변 인물로 자리해 그들에게서 사랑과 연애를 읽는다.
맞선 남녀들이 선보인 현실적인 연애 고충과 실제 소개팅을 연상케 하는 풋풋한 설렘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유인나는 매회 '사랑 명언'을 쏟아내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편성됐던 '선다방'은 최고 시청률 2.2%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화제성은 뜨거웠다. 사랑에 힘입어 최성윤 PD는 빠른 시일 내로 다시 시청자를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
토요일 오후 7시 40분에 편성된 '놀라운 토요일'은 tvN이 지상파에 쏠려 있던 황금 시간대 예능 띠에 대항하기 위해 배치한 첫 예능이다. 나름의 실력 편성 전략을 펼친 것이다. 코미디 빅리그'를 연출했던 박성재 PD와 이태경 PD가 의기투합했고 신동엽, 걸스데이 혜리, 샤이니 키, 래퍼 한해,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개그맨 박나래, 문세윤 등이 출연한다.
현재는 출연진이 노래의 특정 부분을 즉석에서 듣고 가사를 받아쓰는 '도레미 마켓' 코너가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KBS 2TV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을 연상시킨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초반의 반응도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가장 최근 방영한 12회는 2.3%를 기록하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입되는 시청자들만큼 화제성도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출연진과 함께 문제를 푸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방영 중 등장하는 문제의 음악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자주 나타난다. 고정 시청자들은 "한 번 보면 정말 재밌다"면서 높은 충성도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꾸준히 변화를 요한다면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반기에는 더욱 다양해진 장르성 예능이 대거 출격할 예정이다. '더 지니어스'를 연출한 정종연PD의 '대탈출'(연출 정종연)이 오는 내달 1일 첫 방송되며 '화성 인간 탐사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연출 이영준)가 7월 15일 첫 방송한다. 특히 배우 하지원, 개그맨 김병만, 구구단 세정, 2PM 닉쿤의 조합도 시선을 끌고 있다. 이날 '이타카로 가는 길'(연출 민철기)도 첫 방송한다. SNS을 활용한 신개념 음악 예능이다. 나영석PD의 히트작 '신서유기5'는 9월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사진 = tvN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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