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김대환 대표가 수장이 된 후 ROAD FC가 처음으로 원주를 찾았다. 2017년 8월 이후 약 1년만이었다.
지난 2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48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스타들의 복귀와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 등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또한 "격투기 팬 여러분들에게 멋진 ROAD FC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김대환 대표의 개회선언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경기 전, 후로 쏟아지기도 했다.
▲ 라인재의 미들급 새 챔피언 등극과 세대교체, 미첼 페레이라의 발견
최근 ROAD FC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체급은 미들급이다. '짱돌' 차정환과 '1세대 파이터' 최영이 정상을 지켰고, '흑곰' 박정교와 '돌격대장' 김내철 등에 황인수가 4연승을 달리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28일에는 '비보이 파이터' 라인재가 새로운 미들급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세대교체의 정점을 찍었다.
이번 대회의 메인 이벤트는 당초 최영과 차정환이 통합 타이틀전이었다. 그러나 차정환의 부상이 장기화되며 타이틀이 박탈돼 최영과 라인재의 타이틀전이 성사 됐다. 경기 전 최영은 1차 방어전에 대해 "세대교체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라인재도 챔피언 등극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며 접전을 예고했다.
예상대로 케이지 위에서 라인재와 최영은 혈전을 벌였다. 두 파이터 모두 챔피언과 도전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체력은 떨어졌지만, 승리를 향한 의지를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챔피언에 대한 마음은 같아도 결과는 같을 수 없는 법. 심판 판정 끝에 라인재가 새로운 챔피언이 됐다. 반면 최영은 챔피언 벨트를 내주며 케이지 밖으로 퇴장했다.
황인수가 챔피언에 등극한 라인재의 경기력을 언급,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인수는 라인재를 앞에 두고 "제가 생각했던 타이틀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건즈 경기를 보는 줄 알았다. 연말에 타이틀전 기회를 잡으면 타이틀전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드리겠다"라고 디스했다. 이에 라인재는 "누구든지 상관없다. 경기만 빨리 잡아줬으면 한다"라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받아쳤다.
라인재가 미들급 세대교체의 정점을 찍었다면, 또 다른 ROAD FC 젊은 파이터들은 미들급의 치열한 경쟁을 증폭시켰다. 그 주인공들은 미첼 페레이라, 이종환, 최원준이다.
신호탄을 쏜 건 이종환이었다. '명승부 제조기' 김대성과의 대결에서 리치의 우위를 살린 타격과 탄탄한 그라운드 기술로 상대의 장점을 봉쇄, 판정승을 거뒀다. 이종환의 작전에 김대성의 장점인 타격은 위력을 잃었고, 그라운드 상황에서도 이종환이 김대성을 압도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최원준은 '실버백' 전어진을 제압했다. 전어진은 군복무와 부상으로 3년 만에 복귀한 파이터로 ROAD FC 024 IN JAPAN에서 후쿠다 리키와 타이틀전을 치렀던 강자다. 하지만 최원준은 전어준의 움직임을 읽으며 펀치를 뻗어 전어진의 테이크 다운을 견제했다. 최원준의 움직임에 전어진은 좀처럼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전어진이 테이크 다운을 성공하기도 했지만 공격이 추가로 이어지지 않아 많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없었다. 최원준은 전어진을 제압한 후 "내 체급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챔피언을 향한 마음을 내비쳤다.
'격투기 게임 실사판' 미첼 페레이라는 현장에서 관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대진이 발표된 후 과거 경기 영상을 통해 팬들의 기대감을 모았던 미첼 페레이라는 자신을 향한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미첼 페레이라는 현장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비보이 댄스, 경기를 위해 등장할 때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현장 분위기를 띄웠다. 경기에서도 과거처럼 케이지를 이용한 슈퍼맨 펀치와 화려한 돌려차기, 신장과 탄력을 이용해 정확히 꽂는 플라잉 니킥까지 격투기 선수가 할 수 있는 화려한 기술의 끝을 보여줬다.
실속까지 챙겨 더욱 대단한 퍼포먼스로 평가 받는다. 미첼 페레이라가 상대한 파이터는 오래 전 국내 격투기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은 실력파 양해준이다. 미첼 페레이라는 수차례 슈퍼맨 펀치와 니킥으로 양해준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키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물론 양해준의 강력한 레슬링에 테이크 다운을 내주며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침착하게 위기를 벗어난 뒤 연이은 타격으로 상대를 공략한 끝에 3라운드에 KO로 승리했다.
경기 이후에도 미첼 페레이라는 팬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경기장을 나갈 때까지 프로 선수의 팬서비스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새롭게 이름을 알린 미첼 페레이라와 함께 승리를 거둔 이종환과 최원준까지 미들급에 가세하며 ROAD FC 미들급은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개운치 못한 결과, 이한용의 무면허 운전 논란 해명
YOUNG GUNS 39는 알찬 대진 구성이었던 만큼 이슈도 많았다. '원주 급식짱' 이한용의 출격에 '주먹이 운다' 출신 김형수와 '겁 없는 녀석들 우승자' 전창근이 맞붙었다. 한이문은 약 2년 만에 케이지에 서며 격투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첫 경기를 장식한 이한용은 '원주 급식짱'으로 불리며 많은 팬들에게 주목 받았는데, 경기 전 '무면허 운전'이라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한용이 자가용을 운전하며 학교에 등교하는 영상을 본 네티즌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한용은 "승리한 뒤 해명하겠다"라는 말을 남겼지만, 해명 전까지 이한용을 비난하는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한용은 경기에서 KO패를 당했다. 데뷔전이기에 아직은 경험도, 실력도 부족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공격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경기에서 이한용이 거둔 수확이다.
이한용은 케이지에서 내려온 뒤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통해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한용은 "아버지께서 당뇨병을 앓고 계시는데, 합병증이 눈으로 왔다. 왼쪽 눈이 거의 안 보이시기 전에 데뷔전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다.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면허를 취득했고, 학교에 정식 허가를 받아 차를 끌고 등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한용의 해명으로 논란이 종결되자마자 한이문의 복귀전이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한이문의 하체 관절기 공격으로 패한 유재남이 SNS에 '한이문의 탭'에 대해 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유재남은 자신의 SNS에서 "하위포지션에서 길로틴으로 목에 압박을 줬고, 버티는 한이문 선수를 압박을 더하기 위해 스윕으로 상위포지션으로 변경했다. 이 상황에서 한이문 선수가 고통에 제 몸을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리는 탭을 치는 행동을 했고, 저는 이겼다고 생각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유재남은 이어 "그런데 주심께서 한이문 선수에게 기브 업 의사를 물어보셨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저는 그립을 풀고 파운딩을 이어갔다. 이어진 상황에서 무릎상태가 좋지 않았던 곳에 토홀드가 걸려 탭을 쳐 패했다. 탭 아웃은 기술에 걸려 고통에 항복의사를 알린 것이다. 그런데 이 항복 의사는 주심이 아닌 기술을 건 상대선수에게도 의사전달을 하기위해 상대 몸을 손바닥으로 2회 이상 두드린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는 제가 상대선수에 항복의사를 받아냈음에도 패배한 경기"라고 작성했다. 아쉬움이 담긴 글이었다.
유재남이 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한이문도 SNS에 글을 올렸다. "경기 중 길로틴 상황에서 탭을 친 적이 없다. 만약 탭이 나왔다면 스스로가 경기를 포기를 했을 것이다. 길로틴이 정확히 걸렸으면 바로 기절했거나 탭을 쳤으면 유재남 선수가 기술을 풀었을 것이다. 계속 잡고 있었고, 저는 계속 빠져나가려고 했다. 길로틴 상황에서 빠져 나간 후 바로 움직였고, 길로틴이 빠지고 바로 하위 포지션에서 파운딩을 맞았다. 그 다음 상대방에게 하체 기술을 걸었을 때 상대방이 탭을 친 것을 정말 몰랐고, 저는 심판에 판단에 의해 중지 제스처가 나왔을 때 바로 기술을 풀었다." 한이문의 말이었다.
탭으로 인한 논란으로 패한 유재남이나 승리한 한이문 모두 경기 결과와 내용에 만족할 수 없게 됐다. ROAD FC는 현재 유재남과 한이문의 경기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논의 결과에 따라 추후 재경기가 진행될 수도 있다.
넘버시리즈의 '소방관 파이터' 신동국과 하야시 타모츠의 경기 역시 경기 결과에 아쉬움을 남겼다. 신동국은 경기 초반부터 거침없이 하야시 타모츠에게 달려들며 공격을 퍼부었다. 클린치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었고, 상대의 태클에 길로틴 초크로 응수했다. 신동국의 압박에 상대는 하체를 노리며 테이크 다운을 꾸준히 시도했다.
상황은 신동국이 하위 포지션일 때 벌어졌다. 신동국이 하야시 타모츠를 다리로 밀어내는 순간 로블로 반칙이 벌어졌다. 하야시 타모츠는 중요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주심은 ROAD FC 규정에 따라 휴식 시간을 줬지만, 끝내 하야시 타모츠는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로블로로 쓰러지기 전까지 경기 내용으로 심판들의 판정을 집계해 승패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심판이 선언한 경기 결과는 신동국의 판정패. 최근 소방관들을 향한 일부 몰지각한 국민들의 행동에 일침을 가했던 신동국은 3연승 달성으로 동료 소방관들에게 힘을 주려했지만, 아쉽게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경기에서 패한 신동국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오늘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하야시 타모츠 선수가 경기를 위해 훈련도 열심히 했을 텐데, 명승부를 펼치지도 못하고 승리했어도 아쉬움이 남게 만들어 미안하다. 응원해주신 소방 동료들, 전국의 격투기 팬분들께도 굉장히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 경기도 두 파이터 모두 아쉬움을 남겼고, 로블로로 인해 경기가 종료됐기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대결이 논의될 예정이다.
▲ 또 다시 펼쳐진 '주먹이 운다' VS '겁 없는 녀석들', 김형수가 자존심 지켜
워낙 논란과 새로운 이슈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김형수와 전창근의 대결의 결과도 인상적이었다. 김형수과 전창근의 대결은 지난 3월 개최된 XIAOMI ROAD FC 046에서 펼쳐진 '주먹이 운다'와 '겁 없는 녀석들' 대결의 후속 경기였다. 김형수와 전창근은 각 프로그램의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만큼 승리를 장담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주먹이 운다'와 '겁 없는 녀석들'의 앞선 3경기 결과가 1승 1무 1패가 되며 두 파이터의 대결로 승패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두 파이터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레슬링 선수 출신의 김형수는 그라운드 기술에 강점을 보이고, 전창근은 웰라운더형 파이터지만 타격에 좀 더 장점이 있다. 신장에선 전창근이 앞서지만, 힘에서는 김형수가 우위에 있다.
각기 다른 장점으로 싸운 경기에서 웃은 건 김형수였다. 작은 신장으로 리치 싸움에서 열세를 보인 김형수는 테이크 다운 후 특기인 레슬링으로 압박하는 작전으로 단점을 극복했다. 김형수는 전창근을 상위 포지션에서 끊임없이 압박하며 포인트를 쌓았다. 전창근은 거리 싸움으로 김형수가 쉽게 테이크 다운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공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결국 심판 판정은 김형수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경험이 전창근보다 풍부한 김형수의 노련함이 승리로 이어졌다. 김형수는 승리가 확정된 뒤 포효했고, 상대 전창근을 존중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김형수의 매너에 전창근도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하며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 성인 된 이예지, 패배 후 가족들과 체육관 동료 생각에 울컥
'여고생 파이터'로 유명세를 떨친 이예지는 성인이 된 후 첫 경기를 가졌다. 고향과도 같은 원주에서 경기를 하게 돼 깊은 의미가 있었다. 가족들과 친구들, 지인들까지 이예지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에 찾아와 승리가 더욱 간절했다.
지난 2015년 7월, 일본에서 열린 ROAD FC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예지의 상대는 이번에도 일본 파이터였다. 이예지와 대결한 아라이 미카는 지난해 6월 ROAD FC YOUNG GUNS 34에서 홍윤하와 맞붙어 승리한 바 있다. 프로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상승세에 있다는 점만 봐도 강자로 평가할 수 있었다.
이 경기는 이제 갓 20살이 된 이예지 입장에서 부담이 큰 경기였다. 성인이 된 후 첫 경기이기에 이예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더구나 고향과 같은 원주에서 열리는 경기라 가족들과 친구, 지인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케이지에 올라 기량을 120% 발휘하기 어려웠다.
경기결과도 패배로 이어졌다. 이예지는 상대에게 달려드는 적극성은 좋았지만, 포지셔닝에 밀리며 수차례 상위 포지션을 내줬다. 그동안 일본인 파이터들과 싸우며 상위 포지션에서 파운딩 공격을 퍼붓고 암바로 승리하는 이예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끝내 승리의 여신은 이예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경기 후 이예지는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패배에 대한 아쉬움과 응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눈물로 목이 메인 이예지는 한참을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응원해주신 체육관 식구들, 팬여러분께 승리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하다.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 응원해주신 분들 친구들, 가족들 모두 정말 감사하다." 이에지의 말이다.
한편 ROAD FC는 역대 최고의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ROAD TO A-SOL'을 4강전까지 진행했다. 샤밀 자브로프와 만수르 바르나위가 결승에 진출했다. 두 파이터의 대결에서 이긴 승자는 '끝판왕' 권아솔과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황인수-라인재(상), 이한용(중), 이예지(하). 사진 = ROAD FC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