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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편안하게 내려놓고 나를 인정하고 살면 행복할 수밖에 없어요."
황보라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UL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 종영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명그룹 부속실 비서 과장 봉세라로 열연한 황보라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인기를 몸소 경험하고 있다. 그는 자칫 오버스럽고 황당할 수도 있는 설정을 '황보라화' 시켜 브라운관 위에 오롯이 만화적인 색채를 그려냈다. 각종 동작과 표정을 사랑스럽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며 어색함 대신 웃음을 선사했다. 웹툰 원작이 지닌 장르적 매력을 배가시킨 셈이다. 드라마 속 코미디를 9할 정도는 책임진 장본인이다.
실제 마주한 황보라에게서도 봉세라의 활달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드라마 속 긴머리를 시원하게 단발로 쳐내고 등장한 황보라는 "덥기도 하고, 다음 작품 '배가본드'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온다. 단발이 최고다. 제가 단발의 원조이질 않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평상시에도 딱딱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유쾌한 게 최고거든요. 제가 봉세라 캐릭터를 만든 셈이죠. 봉세라 말투가 제 평상시 말투에요. 제가 예능 같은 걸 많이 봐요. 최근에는 이영자 선배님 화법을 많이 쓰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하는 행동들을 많이 따라 해서 리액션에 접목시키기도 해요. 그럼 아주 1차원적이고 순수한, 기본적인 리액션을 볼 수 있어요. 거기서 시청자 분들이 호감을 많이 느끼시는 거 같아요. 어린아이처럼 연기를 하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열려요. 시청자 분들이 예뻐해주시니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자꾸 욕심이 나네요. 하하."
황보라는 SBS 10기 공채 탤런트로 2003년에 데뷔, 15년이라는 긴 세월 간 연기 생활을 이어왔다. 드라마 '토지', '마이걸', '아랑사또전', '앙큼한 돌싱녀', '욱씨남정기', '불어라 미풍아', 영화 '더 폰', '소시민'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갔지만 이처럼 매순간 뜨거운 반응을 한몸에 받던 '주인공'은 아니었다. 대신 대중은 황보라의 색을 기억했다.
"어렸을 때는 목표한 게 있었어요. '20대, 30대는 이래야 해'하면서 구체적으로 정해놓곤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다 사라졌어요.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고요. 현실에 만족하고 살고 그게 참 정신 건강에 좋은 거 같아요. 나를 인정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에요. 또 제 주변에 정말 좋은 선배, 후배, 친구들이 많아요. 그 분들의 길을 쭉 따라가면 저도 나중엔 더 빛나는 배우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시원한 이목구비와 호탕한 면모로 대중의 관심에 감사함을 표하던 황보라는 누구보다도 솔직했지만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손쉽게 거머쥔 왕관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고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든든해서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던 황보라는 "무슨 일이 닥쳐도. 나만 잘하면 될 거 같다. 모든 게 완벽하게 세팅되어있다. 저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전에 잠깐 착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저도 주연을 하고 싶고, 청순가련형을 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이요. 얼마 전에 전 회사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제가 예전엔 그런 캐릭터가 들어오면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다니, 깜짝 놀랐어요. 시청자 분들이 원하는 내 모습이 있는데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굴었나 싶은 거 있죠. 그래서 그때 잠깐 공백기가 있었어요. 괜히 '척'하고 싶고, 우울해 보이고 싶고 괜히. 원래 제가 그런 모습이 아닌데 말이에요. 촌스러웠어요. 따로 극복을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달라졌어요. 평생 배우할 거니까요. 편안하게 내려놓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저도 먹고 살아야죠. 하하."
"저 너무 촌스럽지 않았냐"며 되묻던 황보라는 새로운 목표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코믹 캐릭터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것. 디테일한 분석력으로 이미 독보적인 코믹 옷을 입은 황보라이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기분 좋은 욕심이었다.
"코믹 쪽에서도 일가견 있게 정점을 찍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사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는 웃긴 부분만 보여드렸잖아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풍부한 감정선과 히스토리가 있는, 그런 사연 있는 캐릭터도 접하고 싶어요. 희로애락이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 배우 황보라를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라미란 선배님과 김선아 선배님을 정말 존경하는데, 저도 그 분들의 뒤를 잇고 싶어요. 30대 제 또래가 할 수 있는 코믹 연기의 대표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진 = UL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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