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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여행은 나를 객관화시키는 작업이다. 온갖 인적, 물적 그물망에 걸려있는 학교 또는 사회생활을 박차고 나와 모든 끈을 절단하고 ‘나는 누구인가’를 탐색하는 시간. 살면서 한 번쯤 여행에 온 몸을 던진다면 ‘다른 나’를 발견할 것이다.
홍대 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던 20대의 채주석 씨는 군 제대후 100만원을 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5만원짜리 저가 항공 티켓에는 수하물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18kg 배낭을 짊어진 저자는 밑반찬을 버리고 화장실에 달려가 속옷을 껴입고 그 위에 반바지, 긴 바지 순으로 겹쳐 입은 뒤 패딩까지 걸쳐 7kg를 줄인 끝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호주 닭고기 공장에서 ‘빡세게’ 일한 그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인도를 가로 질렀다.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특별한 경험을 채웠다. 젊음을 무기로 인생을 배웠다.
“부러웠다. 닿을 듯 말 듯 한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이 아닌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그들이. 그리고 행복에 대한 역치는 낮고 삶의 만족도는 높은 그들의 삶이. 여행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은 그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외롭기도 한 특권이지만, 그 덕분에 집단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간접경험하며 생각했다.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 한국에 돌아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_「기적을 믿는 독일 친구」 중에서
그는 100만원으로 떠나 200만원을 들고 한국에 돌아왔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자신감이 얼굴에 배어있다. 저자는 8월 4일부터 한달간 매주 토요일 국방FM ‘병영의 아침’에 출연해 자신의 좌충우돌 여행담을 들려줄 예정이다.
‘제2의 채주석’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사진 제공 = 푸른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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