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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이번엔 연쇄살인마다. KBS 2TV 드라마 '학교2013'의 '오정호'로 국민 양아치로 불렸던 배우 곽정욱이 더욱 지독한 얼굴로 돌아왔다.
곽정욱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OCN 토일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극본 이대일, 연출 이정효)에서 연쇄살인범 김현석 역으로 등장,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스쳐지나가는 '경찰1'인 줄만 알았던 남자는 곽정욱이었고, 그는 곧 순진한 얼굴을 지우고 섬뜩하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지난 8일 마이데일리와 만난 곽정욱은 음침한 기운 대신 열정이 넘치는 청년에 가까웠다. 드라마 흥행과 연기 호평에 연신 놀라워하며 "신기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7회부터 나왔는데, 2회 방영 당시 오디션을 봤어요. 정말 즐겨보고 있었는데 출연하게 되니 정말 좋았죠. 시청률도 계속 오르고 마니아층도 두터워져서 신기해요. 드라마가 마냥 진지하지만은 않잖아요. 무겁지만, 유머도 섞여 있으니 가볍게 볼 수 있기도 하니 좋아해주신 거 같아요. 저를 향한 직접적인 인기는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SNS나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면 기분이 좋아요. 캐릭터가 잘 통한 거니까요.(웃음)"
곽정욱은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출연을 확정했다. 김현석 역이 공석이었고,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을 진행했다. 그는 "오디션 제안이 왔을 때 실감이 안 났고 중압감이 컸다. 배우로서 탐나지만 대본부터 배우까지, 너무나 완벽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겁도 났었다"고 고백했다.
"중간에 투입되니 힘든 점도 있었어요. 이미 작품은 진행 중이었잖아요. 또 초반에 감독님께서 '초반에는 스치듯이 나올 수도 있다. 상처받지 마라. 추후에 결정적이다'고 양해까지 구하셨거든요. 부담감이 엄청 컸는데 그 걱정은 끝나고 하기로 했어요. 이 작품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고민할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오디션 당일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와서 다음날 바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제가 드라마 장치로 사용됐으니 그저 너무 좋아요."
가장 고뇌했던 지점은 캐릭터 표현이었다. 김현석은 주인공 한태주(정경호)의 아버지 한충호(전석호)를 죽인 진범이나, 시각을 달리하면 그는 88년 당시 사회가 만든 괴물이었다. 동생 김민석과 친부에게 학대를 당하고, 행복복지원에 갇혀야 했던 비극이 연속된 삶이었다.
그러나 일말의 논쟁도 필요 없는 추악한 살인자다. 이에 곽정욱은 "가정이 불우했고,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이러한 캐릭터를 인지하고 이해하기까지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왜 죽이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힘들더라고요. 감독님은 '나쁜 애는 아니야'라고 설명해주셨어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복수'가 살해 동기에요. 죽일 때도 죄책감은 없었을 거예요. '이 사람이 맞아죽는 것쯤은 동생보다 안 아플 거야' 이런 감정인 거죠. '나는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던 고아성 씨와의 장면이 김현석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이해가 쉽지는 않았어요.(웃음)"
방영 도중 투입, 캐스팅 확정 다음날 촬영, 사상 최악의 폭염 등 여러 녹록치 않은 환경에도 곽정욱이 단번에 '라이프 온 마스'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독보적인 팀워크 덕이었다. 그는 박성웅, 정경호, 고아성 등의 배우들부터 제작진까지 어느 한 명도 배려를 놓은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모인 회식에서 스태프들은 건배사로 '우리가 이겼다!'를 채택했다고. 이런 매끈한 호흡이 '라이프 온 마스'를 흥행으로 이끈 듯 했다.
곽정욱은 "경험할 수 없는 촬영장이었던 거 같다. 감독님도 정말 순한 성격이셔서 짜증 한번을 안 냈다. NG가 나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일어도 '그냥 다시 한번 하면 되지'라고 하시고 만다. 긍정적인 피드백만 계속 오고 가니 더 하고 싶은 욕심만 생겼다"고 뿌듯해했다.
"몸에 물을 뿌리자마자 바로 바싹 마를 정도로 현장은 더웠지만 모두가 즐겁게, 열심히 하려 노력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넘쳤어요. 스케줄도 빽빽해서 다들 피곤한데, 서로 '가서 자고 와라'고 미룰 정도였어요. 저희가 더위를 이긴 거죠.(웃음) 제 걱정도 한시름 덜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중간에 들어가니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모두가 저를 먼저 챙겨주시는 거예요. 박성웅 선배님도 미리 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시고 말을 건네시고, 정경호 선배님도 본인 대본 외우기도 힘들 텐데 계속 저랑 소통하셨어요. 피곤한 순간을 모두 다 잊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너무 감사한 현장이이에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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