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축구가 아닌 전쟁" 이란전 완승 이끈 SON의 한마디

[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치카랑 이후광 기자] “이건 축구가 아닌 전쟁이다.”

주장의 한마디가 대표팀을 깨웠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치카랑 위바와 묵티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황의조의 선제골과 이승우의 추가골에 힘입어 이란을 2-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주장 손흥민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패배는 곧 탈락인 토너먼트서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주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손흥민은 “나보다 다른 어린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 난 열심히 했다기보다 팀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했다.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모습인 것 같다”라고 덤덤한 승리 소감을 남겼다.

아시아 무대서 이란은 한국에게 늘 어려운 상대였다. 성인 대표팀의 경우 최근 5경기서 1무 4패로 고전했다. 이날 16강전 역시 어려운 승부가 예측됐던 터. 그러나 전반 40분 황의조의 선제골로 예상과 달리 수월한 흐름이 전개됐다. 후반 10분 이승우의 추가골이 나왔고, 이란의 공세를 막아내며 2-0 승리를 완성했다.

손흥민은 “이란은 어려운 상대였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능력을 갖고 있어 믿었다”라며 “우리가 잘하면 두려운 팀이 없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두려워하지 말자고 가장 많이 말한 것 같다”라고 승리 비결을 전했다.

손흥민은 이날 그라운드에 나서기 전 선수들을 따로 모아 “우리는 축구가 아닌 전쟁을 하러 나간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말레이시아와 키르키스스탄과의 조별 예선에서 다소 주춤했던 선수들을 일깨우기 위한 한마디였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내 말에 공감하는 게 느껴졌다. 고마웠다. 그 결과 초반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흐뭇해했다.

한국은 조별예선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호흡으로 이란을 상대했다. 선제골 같은 경우 수비수 김진야에서 출발해 미드필더 황인범을 거쳐 최전방 스트라이커 황의조가 마무리를 지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우린 훈련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믿기 시작하니 경기력이 잘 나왔다”라며 “물론 하루 이틀 한다고 호흡이 맞는 건 아니다. 다음 경기에서 이걸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후배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흡족함을 나타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라 아직 이야기해줘야할 부분이 많다.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이라는 곳에서 우리가 얼마만큼 좋은 기회를 얻었는지 모르기도 한다. 대회 기간 나와 (조)현우 형이 이런 내용을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제 김학범호는 8강전에서 또 다른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을 만난다.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1월에 열린 U-23 아시아컵 챔피언이다. 손흥민은 “긴장해야할 팀이지만 우리도 충분히 강하다. 이제부터 남은 8개 국가들은 언제든지 우승을 할 수 있다. 실수 하나가 승패를 가른다. 오늘(23일)처럼 실수를 안 하겠다는 자세로 하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손흥민은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자리라 그 어떤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다. 사실 이기면 힘든 게 덜하다.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더 해주고 싶다. 계속 승리하는 분위기기 되도록 내가 중심을 잡겠다”라고 다짐했다.

[손흥민. 사진 = 인도네시아 치카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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