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후광 기자] “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것 같네요.”
최고의 타자들로 구성된 선동열호의 중심 타선이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홍콩과의 B조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정규이닝을 모두 소화한 가운데 뒤늦게 타선이 터지며 21-3 승리를 거뒀다.
표면적으로 보면 대승이지만 내용을 파고들면 7회 콜드승도 이뤄내지 못한 충격의 정규이닝 승리였다. 이날 5회 종료 후 스코어는 5-2 근소한 리드로 최약체로 꼽힌 홍콩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결국 7회 종료 후에도 5점밖에 리드를 잡지 못한 한국은 9회까지 온전히 경기를 치렀다. 한국이 역대 국제대회서 홍콩을 만나 정규이닝을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 타선은 조별예선에서 쉽게 말해 점수를 내야할 때 내지 못했다. 첫 경기였던 대만전에선 7회를 빼고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지만 1득점에 그치며 참사의 빌미를 제공했고, 28일 홍콩전 역시 1회 2사 만루 무득점, 3회 무사 만루 1득점 등 답답한 모습이 계속됐다. 김현수(8타수 1안타), 양의지(6타수 무안타), 손아섭(9타수 무안타), 김하성(5타수 1안타) 등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 주 요인이었다.
더욱 충격은 상대가 우리와 같은 수준의 선수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만은 합작금고은행, 대만전력 등 실업 선수들이 주를 이루며, 홍콩은 그보다 수준이 훨씬 낮다. 최정예 프로 선수들로만 구성된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선동열 감독은 부진의 원인으로 심한 압박감을 꼽았다. 선 감독은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모든 플레이가 경직돼 있다. 특히 중심타선 같은 경우 쳐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예상과 달리 마운드보다 타선이 더 경계가 된다”라고 했다.
이제 한국의 다음 경기는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이다. 한국은 대만전 충격패로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 2경기에 임한다. 일본, 중국전에서 승리는 기본이며, 큰 점수 차이가 필요하다. 타선이 또다시 터져야할 때 터지지 않는다면 2승을 거두고도 TQB(팀성적지표)에서 밀려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 역시 사회인 야구 선수가 주축이라고는 하나 대만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선에서도 파키스탄, 중국, 태국 등을 상대로 압도적 경기력을 펼쳤다.
그나마 선동열호가 위안 삼을 수 있는 건 홍콩전에서 뒤늦게 파괴력을 선보인 타선이다. 한국은 9회초 황재균(만루홈런), 이재원(2점홈런), 이정후, 박병호(이상 솔로홈런) 등의 홈런에 힘입어 한 이닝에만 대거 10점을 만들어냈다. 장타가 연달아 나왔다는 부분이 향후 전망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다.
선 감독은 "모두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스스로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중심타선의 반등을 기원했다.
[김현수(첫 번째), 한국 선수들(두 번째). 사진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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