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서 멈춘 박항서 매직, 진정한 '졌지만 잘 싸웠다'

[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보고르 이후광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베트남 축구대표팀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축구 4강전에서 한국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 5경기 연속 무실점의 짠물 수비를 펼쳤지만 한국은 너무 강한 상대였다. 전반에만 이승우, 황의조에게 두 골을 헌납한 베트남은 후반 이승우에게 추가 골을 허용하며 승기를 내줬다. 후반 25분 쩐민브엉의 멋진 프리킥 만회골이 나왔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4강 신화로 이미 박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한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의 사령탑을 맡았다. 박 감독은 부임 후 3개월 만에 일을 냈다. 올해 1월 AFC U-23 챔피언십에서 동남아 국가 최초의 4강 진출을 이뤄내며 명장 반열에 오른 것. 이후 결승까지 단숨에 진출하며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이른바 ‘박항서 매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계속됐다. 조별예선에서 약체 파키스탄과 네팔을 가볍게 꺾은 베트남은 난적 일본마저 제압하며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이후 16강에서 바레인을 잡고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8강에 진출했고, 8강에서는 짠물 수비를 펼친 끝에 시리아를 연장에서 누르고 다시 4강 신화에 성공했다.

베트남의 돌풍에 이날 약 1000여명의 원정 응원단이 파칸사리 스타디움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베트남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다. 언론에는 연일 박항서 감독의 성과가 보도됐고,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그랬듯이 거리에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와 거리응원을 펼쳤다.

비록 이날 한국을 만나 1-3으로 완패했지만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거둔 성과는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1-3으로 졌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이런 경기를 통해 또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또다른 도약을 다짐했다.

[박항서 감독. 사진 = 인도네시아 보고르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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