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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냈다. 1일(이하 한국시각) 대만과의 3-4위전서 승리했다.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목표로 했으나 동메달로 마무리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명백한 실패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올해 초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특별귀화를 서두른 이유도 아시안게임 때문이었다. 어차피 2019 FIBA 중국남자농구월드컵 1라운드는 라틀리프가 없어도 통과가 어렵지 않다. 결국 OCA 유권해석을 받아 라틀리프를 아시안게임에 정상적으로 뛰게 했다. 예상대로 라틀리프는 아시아 무대에선 정상급 빅맨으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남은 게 없다. 허재호는 라틀리프가 가세한 뒤 오히려 공격에선 단순해졌고, 수비에선 약점만 부각됐다. 허재호의 수비 약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자가 7월 8일자 기사를 통해 수비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허재 감독은 달라지지 않았다.
허재호는 홍콩과의 월드컵 예선 1라운드 최종전서 91점을 내줬다. 1라운드 내내 상대의 2대2 공격에 대한 조직적인 디펜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스크린에 걸리면 헷지나 스위치를 통해 드리블러를 압박해 외곽공격을 저지해야 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미스매치를 로테이션이나 또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야 했다. 하지만, 스크린에 걸리자마자 너무 쉽게 공간을 내줬다. 현대농구의 필수 공격옵션인 2대2에 대한 대응이 전혀 되지 않았다.
결국 이란에 준결승서 무너져 2연패 좌절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월드컵 예선 1라운드 상대 뉴질랜드나 이란은 한국 빅맨들이 외곽으로 타이트하게 나가지 않는 약점을 집요하게 두드렸다. 대응책이 없는 허재호는 항상 당했다.
지역방어 역시 중앙에서 너무 쉽게 뚫렸다. 조직력이 좋은 이란은 정교하고 빠른 패스게임으로 한국 지역방어를 손쉽게 깼다. 필리핀전서 지역방어가 통했다고 하지만, 사실 중앙에서 상대의 화려한 개인돌파에 무너지며 아킬레스건을 노출했다. 지역방어가 중앙에서 무너지면 실점 확률이 높아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작년 아시아컵, 뉴질랜드와의 1라운드 첫 경기 정도까지 통한 3-2 드롭존, 1-2-2 등 각종 지역방어는 더 이상 확실한 무기가 아니다.
수비조직력의 약점을 이정현, 전준범, 허일영, 허웅을 활용한 외곽포를 앞세워 상쇄하는 건 어쩌다 한, 두 경기다. 본래 외곽슛은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허재호는 외곽포가 받쳐주지 않으면 경기력의 기복이 큰 팀이라는 결정적 약점이 아시안게임서 또 한번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받쳐줘야 할 수비조직력이 너무 허술했다.
양희종, 양동근 등 과거 수비력이 끈끈한 선수들이 빠진 건 맞다. 공수 모두에 능한 오세근의 공백도 컸다. 하지만, 허 감독이 1라운드 예선서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해 아시안게임에 대비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1라운드 예선서 두 아들만 고집할 게 아니라 KBL 다양한 1~3번 자원을 두루 실험하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부상이라는 이유로 이대성의 광속 탈락, 1~2번 활용에 그친 두경민 등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공격을 봐도 라틀리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좋지만, 라틀리프에게서 파생되는 찬스를 포워드들이 받아먹는 농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라틀리프는 본래 2대2 공격에 능한 빅맨은 아니다. 그렇다면 받아먹는 스타일의 포워드들을 고집할 게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통해 다양한 공격루트를 개발해야 했다. 준결승서 190cm 이상의 포워드들을 앞세운 이란의 강력한 스위치디펜스에 한국의 단순한 외곽공격루트는 꽉 틀어 막혔다.
허재호는 13일 요르단 원정을 시작으로 아시아예선 2라운드에 돌입한다. 17일에는 고양에서 시리아와의 첫 홈경기가 예정됐다. 공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 중국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중동원정을 그렇게 쉽게 봐선 안 된다.
월드컵 예선과는 별개로 아시안게임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된다. 라틀리프 특별귀화를 위해 KBL이 규정까지 바꿨을 정도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게 맞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수뇌부와 경기력향상위원회, 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허재 감독(위), 허재호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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