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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성장할 수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2015년 사령탑 부임 후 가장 공들인 선수가 김재환이었다. 그는 당시 미완의 거포였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다. 2015년에도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자 2016년 스프링캠프 때 좌익수 수비훈련까지 지시, 주전 한 자리를 꿰차길 기대했다.
2~3년이 흐른 현재, 김 감독의 믿음은 성공으로 귀결됐다. 김재환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리그 최정상급 기록을 남기며 리그 최고 타자 반열에 올랐다. 19일 고척 넥센전서 42호 홈런을 터트렸다. 단일시즌 구단 최다홈런을 보유한 1998년 타이론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재환이 올해 두산 홈런역사를 다시 쓸 게 확실하다. 그러나 리그 홈런왕은 장담할 수 없다. KBO 최초 세 시즌 연속 40홈런을 돌파한 박병호(넥센, 40개)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두산은 넥센보다 잔여경기가 많다. 그러나 박병호 특유의 몰아치기라는 변수가 있다.
김태형 감독에게 19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김재환과 박병호를 비교해달라고 질문했다. 공통점은 파워와 상대 집중견제다. 김 감독은 "실투 하나가 걸리면 무조건 (담장 밖으로)넘어간다. 투수 입장에선 정말 어렵게 상대해야 하는 타자들이다. 투수들은 치기 쉬운 공을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차이점은 전날 박병호가 김재환의 장점을 짚은 것과 일맥상통했다. 박병호는 18일 경기서 3년 연속 40홈런을 달성한 뒤 "김재환은 스윙이 간결하다. 짧게 돌리면서도 타구를 띄워 담장 밖으로 보내는 능력이 좋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재환이 스윙은 간결하다. 맞히면서 홈런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병호에 대해선 직접 손 동작을 보이며 "완전히 뒤에서 잡아놓고 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이드를 할 때 특유의 강력한 몸통회전으로 공에 파워를 실어 큰 타구를 만든다. 둘 다 홈런을 잘 만들지만, 만드는 과정은 다르다.
김 감독은 김재환이 지금 레벨보다 향상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는 "더 성장할 수 있다. 공을 좀 더 뒤에서 잡아놓고 때린다면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김재환이 자신의 기존 장점에 박병호의 장점을 가미하면 더 무서워질 것이라는 의미.
그러나 강요는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미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걸 유지하는 게 곧 발전이다. 선수가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해도 매년 유지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본인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기술 업그레이드를 하면 가장 좋지만, 상대 견제와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현상유지만 해도 그 자체로 발전이라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보다 김재환을 잘 아는 김 감독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김재환과 박병호의 건전한 홈런경쟁과 성장 여부를 지켜보는 건 KBO리그의 흥미로운 콘텐츠 중 하나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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