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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한국 블랙코미디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완벽한 타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가의 역대급 폭소 퍼레이드 속에 인간 심리의 본성과 사회적 편견에 대한 비판을 빼어나게 담아냈다. TV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로 유명한 이재규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 하나를 힘차게 움켜 쥐었다.
속초 출신의 40년지기 친구들이 커플 모임에서 핸드폰 잠금해제 게임을 시작한다.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통화 내용부터 문자, 이메일까지 모두 공유하는 게임이다.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친구들은 핸드폰을 통해 하나 둘 씩 비밀이 들통나자 각자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바른생활 변호사 태수(유해진)와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염정아), 친구모임의 리더인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와 게임을 제안한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과도하게 애정을 표현하는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와 명랑하고 쾌활한 수의사 세경(송하윤) 부부, 그리고 친구 사이에서 은밀하게 소외되는 다혈질 백수 영배(윤경호)가 벌이는 핸드폰 진실 게임은 정확한 타이밍의 코미디로 배꼽을 쥐게하고, 겉과 속이 다른 인간에 대한 신랄한 묘사로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몰래 만나는 애인부터 투자 실패에 이르기까지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비밀을 둘러싼 폭소 잔치가 쉴 새 없이 펼쳐지는데, 근래 한국영화 코미디 가운데 가장 타율이 높은 웃음이다. 유해진과 윤경호가 베란다에서 친구들 몰래 핸드폰을 교환하는 장면은 코믹한 대사와 상황이 최적으로 맞아 떨어지며 박장대소를 이끌어낸다. 7명 배우들의 코믹 케미가 쫀득하게 달라붙는데다 모든 에피소드를 인물별로 골고루 배치시켜 안정감을 유지한 점도 돋보인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인간은 과연 진실대로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맞닥뜨린다. 사회적 가면을 쓰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들키면 헤어질만한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속마음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역할 바꾸기를 통해 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목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 영랑호에서 월식을 지켜봤던 아이들은 40년 세월이 흘러 커플로 만나 다시 월식을 구경한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듯, 거짓은 진실을 덮는다. 그러나 잠시 후에 달이 제 모습을 드러내듯, 비밀 역시 오래 품기 어렵다. 우리는 모두 거짓과 진실 사이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낯선 사람들'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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