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4년전 ‘역린’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다음 작품 계획을 말할 때,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있어요. 결국 제가 한 말대로 됐어요(웃음).”
이재규 감독은 ‘완벽한 타인’ 이탈리아 원작을 보고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하면 훨씬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준비중인 작품을 뒤로 미루고 메가폰을 잡았다. 김세영 작가와 처음 만나 극중 친구들의 고향인 속초 여행을 떠나 친해졌다. 김 작가가 ‘말맛’을 살렸고, 이 감독은 원칙적인 대사로 균형감을 맞췄다. 영화의 절반은 캐스팅이라고 했던가.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캐스팅을 완성하고 본격 촬영에 돌입했다.
“처음 일주일은 힘들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들의 친밀감이 높아졌어요. 리액션도 척척 나오고(웃음). ‘역린’ 때는 5개월 동안 스태프를 생고생 시키며서 일했는데, 이번엔 한달 반 동안 즐겁게 촬영했어요.”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바른생활 변호사 태수(유해진), 친구모임의 리더이자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태수의 아내이자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염정아), 석호의 아내이자 정신과 전문의 예진(김지수), 준모의 아내이자 명랑하고 쾌활한 수의사 세경(송하윤), 모임에서 은근하게 소외되는 다혈질 백수이자 전직 교사 영배(윤경호)의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하나 둘씩 비밀이 드러난다. 저녁 식탁 자리는 폭소탄이 팡팡 터지다가도 속마음을 들킬 때마다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그는 ‘복잡한 사람’ 테마에 끌린다.‘완벽한 타인’의 인물들은 겉과 속이 다르고, 저마다 비밀을 품고 산다. 지구 그림자는 달을 잠시 가릴 수 있어도, 영원히 가리지 못한다. 인간 본성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7명의 등장인물처럼 어느 정도 '나쁜 사람' 아닐까요.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이 보면 나쁜 사람일 수 있죠. 한 면이 많이 부각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다양한 면을 가진 인물들을 좋아하죠. 드라마, 영화 등 지금까지 만든 작품 대부분의 이야기가 다 그래요.”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은 완급조절과 균형감이다. 각 커플의 에피소드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전체의 기승전결을 만들었고, 어느 한 커플에 집중되지 않도록 골고루 이야기를 배분했다. 서로 다른 사연과 비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저녁 식사의 아찔한 결말 앞에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사극 ‘역린’과 블랙코미디 ‘완벽한 타인’의 서로 다른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만든 그의 차기작 역시 ‘완벽한 타인’처럼 예측불허다. 영화는 오락액션을, TV는 고등학교 배경의 좀비 드라마를 각각 담아낼 계획이다.
“어느 쪽을 먼저 시작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완벽한 타인’부터 잘 돼야죠. 이런 영화가 잘 돼야 충무로의 다양성이 더 넓어질 것 같아요.”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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