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다려봐야죠."
오리온 외국인가드 제쿠안 루이스를 현장에서 두 차례 지켜봤다. 경기력은 극과 극이었다. 18일 SK전서 28분3초간 17점(3점슛 1개 시도 적중) 8어시스트 5스틸 4턴오버를 기록했다. 팀 승리와 직결된 수치였다.
25일 삼성전서는 30분56초간 15점(3점슛 6개 시도, 1개 적중) 8어시스트 1스틸 6턴오버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SK전에 비해 득점의 순도가 떨어졌다. 5점차로 추격하던 경기종료 1분25초전 탑에서 무리하게 돌파하다 결정적인 트레블링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27일 LG전서는 28분47초간 22점(3점슛 9개 시도, 1개 적중) 9어시스트 3스틸 4턴오버로 약간 향상됐다. 그러나 3점차로 추격하던 경기종료 41초전 김시래에게 결정적인 스틸을 허용한 건 옥에 티였다. 3점슛 컨디션 역시 삼성전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루이스는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을 졸업했다. 2017-2018시즌에는 G리그 위스콘신 허드서 평균 28분간 9.2점 4.6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9.4%를 기록했다. 올 시즌 눈에 띄는 단신 외국인가드가 많다. 루이스도 지켜봐야 할 선수 중 한 명.
좋은 선수다. 외국선수를 잘 뽑기로 유명한 추일승 감독의 레이더에 포착됐으니 믿어도 된다. 신장이 다소 작은 걸 제외하면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력, 스틸 능력에 외곽포와 어시스트 능력을 두루 겸비했다.
그러나 KBL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다. 개인기록, 팀 공헌에 기복이 있다. 특히 턴오버가 적지 않다. 개막 후 7경기서 평균 6.4어시스트에 5.3턴오버. 가드의 안정감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인 ATR(어시스트/턴오버, 3.0이 넘어가면 좋은 가드로 인식)이 좋지 않다.
그런데 농구를 단순히 숫자놀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패스를 받는 동료가 힘들거나 덜 부지런해서 덜 움직일 때 패스미스가 나올 때도 있다. 2대2, 스페이스 시대에 가드의 어시스트 숫자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추일승 감독 역시 "포인트가드도 어시스트보다는 일단 자신의 득점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어시스트를 할 기회도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KBL은 미국농구와 환경이 다르다. 지역방어와 트랩, 스위치와 로테이션이 일상화된 리그다. 추 감독은 "루이스가 조직적인 농구를 하는 유럽을 거치지 않고 와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이제까지 그런 수비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KBL 특유의 복잡한 수비에 대해 효과적인 어택을 할 수 있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뜻.
또한, 오리온의 시즌 초반 경기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패스센스가 좋은 루이스나 대릴 먼로가 절묘하게 찬스를 만들어줘도 국내선수들이 이지샷을 놓치는 경우가 잦다. 추 감독은 "아무래도 그런 상황서 동료가 못 넣어주면 의욕이 꺾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추 감독의 평가를 종합하면 "초반에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어시스트도 하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 번 안 풀리면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돌진한다. 제쿠안의 경기력 차이가 팀 경기력 차이로 이어진다"다.
다만, 추 감독은 "빅맨보다는 가드의 적응이 늦다"라고 말했다. 농구의 작동원리를 감안할 때 빅맨은 기술과 피지컬, 즉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단기간에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를 조율하는 가드는 리그의 환경, 상대와 동료의 특성에 따라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루이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추 감독은 3년 전 조 잭슨을 데리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잭슨은 엄청난 개인기술과 운동능력을 겸비했다. 그러나 KBL 적응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특히 모비스의 조직적인 지역방어 어택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거친 움직임과 파울을 마다하지 않는 수비수들에게 휘말려 평정심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조 잭슨은 4강 플레이오프서 모비스 격파의 일등공신이었다.
여전히 루이스에겐 기복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리그와 상대 팀들의 특성을 파악, 턴오버를 줄이고 개인의 퍼포먼스와 팀 오펜스를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추 감독은 3년 전 잭슨을 기다렸던 것처럼, 루이스에게도 충분히 시간을 주려고 한다.
오리온은 25일 삼성전서 벤 음발라의 3쿼터 중반 4파울과 벤치행에 빅맨 데릴 먼로를 4쿼터에 집중 기용하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추 감독은 4쿼터 막판까지 루이스를 집중 기용했다. 눈 앞의 경기결과도 중요하지만, 루이스를 KBL에 적응시켜 시즌 중반 이후 좋은 조직력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 듯하다.
먼로가 LG전 4쿼터 1분41초만에 슛을 던진 뒤 발목부상으로 이탈했다. 또 다시 루이스가 경기 막판을 책임졌다. 먼로가 당분간 결장할 경우 루이스의 출전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 오리온은 위기다. 다만, 루이스는 오히려 KBL에 좀 더 적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년 전 잭슨 케이스처럼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 허일영이 합류했다. 이승현마저 합류한 뒤 루이스의 유기적 화합 역시 중요하다. 추 감독은 "일단 자신의 공격기회를 먼저 살펴야 한다. 어시스트와 자신의 공격 비율을 의도적으로 신경 쓰기보다 상황에 따라 풀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루이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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