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친 선수가 속출했다.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판도를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확률상 단기전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을 따낸 SK가 유리하다. 그러나 5전3선승제는 살짝 긴 호흡으로 승부하는 단기전. 아직 넥센이 흐름을 뒤집을 기회는 남아있다. 이런 상황서 미친 선수들의 활약이 시리즈 판도를 예상할 수 없게 한다.
1차전을 돌아보자. 예상하지 못한 선수들이 큰 임팩트를 남겼다. 우선 끝내기 투런포를 터트린 SK 박정권. 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 특히 플레이오프서 강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단 14경기에 출전했다. 핵심멤버가 아니었다. SK로선 잘 해주면 좋지만, 잘 할 것이라는 확실한 계산은 서지 않았던 선수. 전성기가 지난 타자인 건 분명하다.
정규시즌 득점권타율 0.333, 55타점을 올린 김성현은 클러치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서 가장 핫한 안우진을 상대로 스리런포를 때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7회 5실점하며 다소 묻혔지만, 김성현의 한 방이 없었다면 SK는 꼼짝없이 대역전패 희생양이 될 뻔했다.
이밖에 9번타자 강승호는 무려 4안타의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였다. 장정석 감독이 경기 후 "8~9번 타자(김성현, 강승호)에게 당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9회초 1사 1,2루 위기서 ⅔이닝 무실점, 구원승을 따낸 앙헬 산체스의 깜짝 호투 역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선발진에서 밀려날 정도로 시즌 막판 좋지 않았다.
패배한 넥센에도 미친 선수가 있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좋은 타격감을 선보인 송성문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연타석홈런을 때렸다. SK 에이스 김광현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한 차례씩 통타,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2번, 5번, 8번 등 어느 타순에서도 폭탄을 터트린다.
이밖에 준플레이오프서 다소 잠잠했던 제리 샌즈도 KIA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서 결정적 홈런을 터트렸고, 1차전서 또 다시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뽑아냈다. 넥센이 1차전서 역전승했다면 샌즈의 동점 스리런포가 가장 돋보였을 것이다.
김광현과 제이크 브리검이 선발 등판한 1차전. KBO리그가 극강의 타고투저리그라고 해도 두 에이스가 나선 포스트시즌서 타격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되지 않았다. 깜짝 스타, 미친 선수가 속출했다. 반면 벤치입장에서 계산이 되는, 믿는 카드들은 나란히 무너졌다. 두 선발 외에 넥센 안우진, 김상수, SK 전천후 요원 문승원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은 매 순간 개별 선수들의 에너지, 역량이 100% 발휘되는 무대다. 때문에 계산이 되는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미친 선수들의 활약이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팀이 웃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는 1차전부터 미친 선수가 속출했다. 심지어 넥센의 경우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서도 마운드 약세를 타선의 응집력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1차전 역시 마운드가 무너졌으나 3-8을 8-8로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결국 마무리 김상수가 무너졌지만, 마운드의 계산된 운용, 디펜스가 중요한 포스트시즌 기존 승리공식을 깨는 행보다.
때문에 두 팀의 각 파트별 객관적 전력을 비교하거나 우열을 논하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넥센은 객관적으로 강한 한화 불펜을 무너뜨린 전례가 있다. SK 역시 1차전부터 브리검과 안우진을 무너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미친 선수와 깜짝 스타. 이번 플레이오프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게 한다. 정규시즌에 비해 훨씬 정교한, 계산된 운용을 선호하는 사령탑들 입장에선 속이 탈 수 있다. 물론 야구 팬들에겐 그 자체로 흥미롭다.
[위에서부터 박정권, 김성현, 송성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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