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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민지는 2009년 영화 '이십일세기 십구세'로 데뷔한 뒤,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충무로의 숨은 보석이다. 상업영화 및드라마보다 독립 영화 활동에 주력했고, 일상 속 인물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도화지 같은 페이스 덕에 각종 영화제 트로피를 섭렵하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2014)를 통해 브라운관에 입성한 이민지는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2015)를 통해 보다 더 시청자들과 가깝게 만났다. 여전히 '응팔' 속 '장만옥'으로 기억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민지는 3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민지는 주인공 홍심(남지현)과 원득(도경수)의 곁에서 머무는 친구 끝녀 역을 맡아 코믹한 면모를 뿜어내며 신스틸러 노릇을 톡톡히 했다. 31일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난 이민지는 "'백일의 낭군님'은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기분을 들게 한 작품이다"라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제가 영화에서는 밝은 역할을 한 적이 없어요. 항상 사회의 소수 계층이거나 핍박받는 캐릭터였어요. 지금은 부모님 반응이 많이 달라지셨어요. 제가 자취를 한지 얼마 안됐는데, 본가에 가면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세요. 드라마도 잘 되어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시나 봐요. 부모님께 제 이야기도 물어봐주시고 사인도 요청하신대요.(웃음) 부모님이 저한테 '30년 간 뭐하나 했더니 일을 하긴 하나보다'라고 하셨어요.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게끔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소중해요."
사실 이민지는 사극 출연을 꺼려했다.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 때문"이라고 밝힌 그는 "보통 친구들이 쌍꺼풀 없는 친구들한테 '교과서에서 튀어 나왔네'라고 놀리지 않나. 제가 사극 하면 그럴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은 대본부터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냥 '에이 모르겠다' 하고 찍었다. 다행히 귀엽게 찍어주신 것 같다. 제가 생각했던 사극의 틀을 깨준 작품"이라고 연신 치켜세웠다.
'짐승의 끝'(2010), '부서진 밤'(2010), '애드벌룬'(2011), '물고기는 말이 없다'(2012), '서울연애'(2013), '세이프'(2013), '현기증'(2014), '꿈의 제인'(2016) 등 각종 독립 영화 주연과 상영화 조연을 오가며 쉼 없이 달려온 이민지. 오롯이 연기의 꿈을 안고 그 꿈에 닿은 듯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은 우연과 인연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민지 또한 "저도 이 자리까지 온 게 의아하다"며 웃었다.
"연극이 재미있어서 대학교에 들어갔어요. 돈 벌 생각으로 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가서 직업으로 삼는 친구들과 붙게 되니까 전의를 상실했어요. 다들 너무 예쁘고 날고 기고 하니까요. 학교 안에서도 이러는데 나가면 어떡하나 싶어서 무작정 휴학했죠. 그러던 중에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단편 영화를 준비하신 분이 제 프로필 사진을 보셨나 봐요. 그래서 우연히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우연히 영화제까지 초청이 됐어요. 그리고 여기서 만난 인연으로 지금까지 계속 작품을 하게 됐어요. 이 자리까지 온 게 저도 의아해요.(웃음)"
원래 조용한 성격이었던 이민지는 연기 덕에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3초 이상 사람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는 그는 자신을 이른바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무리에 속하지 않고 혼자서 지내는 사람'을 뜻함)라고 표현해 웃음을 안겼다.
"저는 학교에서 완전히 아웃사이더였어요. 원래 연기 수업은 실습으로 들어야 하는데 전의를 상실하니 이론만 매일 들었죠. 그래서 교수님들도 저를 몰랐어요. 한번은,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때문에 제가 빠져야 한다고 말씀 드리니까 '자네가 연출했나?'라고 물으시더라고요.(웃음) 그 정도로 학교에서 정말 조용한 학생이었던 거죠."
그러면서 현재 이민지에게 붙여진 '독립영화계의 전도연', '독립영화 퀸'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이민지는 "정말 그 수식어를 처음 쓰신 분에게 찾아 가고 싶다. 왜 그러셨는지.(웃음) 전도연 선배님께 너무 죄송하다. 민폐 끼친 것 같다. 말도 안 된다. 그냥 죄송할 따름이다"며 멋쩍어했다.
이어 이민지는 상업 작품 주연에 대한 욕심을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 오히려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서 주연 친구들의 고충을 느꼈다"고 강조하더니 "저는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기에 적합한 얼굴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저는 예쁜 척을 더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백일의 낭군님' 각설이 분장할 때 너무 신났어요. 원래 좋아하는 것도 '병맛' 코드의 영화 이런 걸 좋아해요. 저희 드라마 보면서도 '와(남)지현이랑 (도)경수는 저런 말 되게 잘한다 했어요. 나 같으면 절대 못해'라고 했어요. 만약 주연을 욕심 부린다면, '병맛' 코드가 담긴 로맨틱 코미디가 괜찮지 않을까요? 일상적인 작품도 좋고요."
인터뷰 말미, 2018년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짓던 이민지는 "정말 올해 1년은 '백일의 낭군님'으로 다 보냈다"며 그간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러더니 "20대 중반부터는 시간이 훅훅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마음은 20대인데 나이만 30대로 넘어가는 기분이다. 요즘은 나이 먹는 것에 대한 개념이 크게 없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이민지가 지향하는 배우는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장르에 먼저 도전하고 싶어요. 재미만 있다면요. 그리고 지루하지 않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시청자 분들에게 '뻔하네' 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 배우요.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이민지가 끝녀로 열연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닐슨코리아 기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이하 동일)에서 가구 평균 14.4% 최고 16.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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