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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시청률 5%만 나와도 '대박' 이랬는데, 첫 회에…채팅방에 불이 났어요"
배우 이민지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 종영 인터뷰를 진행, 마이데일리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30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은 닐슨코리아 기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이하 동일)에서 가구 평균 14.4% 최고 16.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약체의 반란이었다. 지난 9월 미비한 기대 속에 등장한 '백일의 낭군님'은 첫 회에서 5%를 기록하며 이른바 'tvN 월화극 저주'를 깨부술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전작이었던 '식샤를 합시다3', '시를 잊은 그대에게', '어바웃 타임' 등이 줄줄이 고전했기에 더욱 놀라운 성과였다.
극중 홍심(남지현)과 붙어 다니며 송주현 마을의 주축을 담당한 끝녀 역의 이민지 또한 반전 역사를 새로이 쓴 드라마 흥행에 가득 들뜬 모습이었다.
"사실 월화극이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됐어요. 저희끼리 5%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첫 회에 5%가 나왔다니까 너무 놀랐어요. 단체 채팅방에 불이 났어요. 첫 회를 시청하면서 반은 휴대폰을, 반은 TV를 봤어요.(웃음)"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서사의 시작이었으나 '백일의 낭군님'은 예기치 못한 전개를 펼쳐내며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고, 주연 배우 도경수, 남지현의 호연은 호기심을 호감으로 전환시키며 마침내 역대 tvN 월화극 1위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 더불어 14.4%를 나타낸 최종회 시청률은 역대 tvN 전체 드라마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내기까지 했다.
"5개월 가까이 찍은 것에 비해서 빨리 끝난 거 같아서 아쉬워요. 인기 비결에는 동화 같은 분위기와 영상미도 있지만 사극 장르도 한 몫 했고 전개 속도가 엄청 빨랐잖아요. 막힘없이 술술 나가는 게 시원시원했죠. 또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다 보니까 모니터링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송주현 사람이다 보니까 분위기가 아예 다른 궁 모습이 궁금했어요. 방송으로 보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시청자 분들도 분위기의 전환을 잘 받아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율/원득(도경수)과 이서/홍심(남지현)의 러브라인과 궁 내 정쟁이 주요 관전 포인트였지만 송주현 마을의 인물들의 핑퐁 호흡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그 중 이민지는 망가짐을 불사하며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안겼다. 특히 15회에 등장한 각설이 분장은 단연 압권이었다.
"송주현에 있던 분들은 다 재미있었어요. 제 기여도를 찾으면 0.5%? 그러다가 각설이 타령할 때 5% 정도 가지 않았을가요. 그 때 힘을 많이 줬어요. 분장에 거리낌이 있을 이유가 없었죠. 연습할 때는 가볍게 수염만 그렸다가 본격적으로 들어갔을 때 더 세게 갔어요. 눈썹을 이어달라고 자처했고요. 그랬더니 그러더니 구돌 역의 김기두 선배님도 더 세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분장실에서 미묘한 경쟁이 있었어요.(웃음)"
실제 배우들이 나서서 분장 경쟁을 펼칠 정도로 촬영 현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이종재 감독은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배우들이 마음껏 애드리브를 펼칠 수 있다고 장을 마련했다고. 이민지는 "따귀 맞고 이런 것들은 다 김기두 오빠가 제안한 애드리브다. 사실 처음에는 (도)경수가 제안을 했었다고 하는데, 대신 저는 웅덩이를 맞았다.(웃음)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표현하시는 걸 좋아하셔서 '일단 해 봐라'라고 하며 펼쳐주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기본적으로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다들 너무 성격이 좋아요. (도)경수 같은 경우에도 본업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 내주고 연습실도 빌려주고, 모이려고 노력했어요. 어린 친구들도 서글서글하니 성격이 좋았고 선배님들도 잘 챙겨주셔서 금방 친해진 거 같아요. 드라마 내 송주현 마을 사람들처럼 다 같이 친구처럼 지냈어요. 궁에 계신 선배님들을 자주 못 뵌 건 아쉽긴 하지만요. 대신 분장실에서 만나면 신나게 이야기했어요."
이러한 호흡에는 오랜 시간 함께 '숙박'한 요인이 컸다. 여타 드라마 촬영 현장과 달리 사전제작드라마인 '백일의 낭군님'은 순천 등 각지 세트에서 로케이션 촬영이 찾았다. 그 덕에 한데 모인 배우들은 함께 밤을 보내며 각종 사담 등을 나눴고 그렇게 친분을 쌓았다.
"사실 송주현 마을이 이렇게까지 (분량이) 커질 줄 몰랐어요. 한양으로 가면 저희는 사라질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작가님이 송주현 마을 사람들을 아껴주신 덕분에 끝까지 갈 수 있던 거 같아요. 그만큼 많이 친해져서 합이 잘 맞아서 써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마지막회에 임신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이민지에게 '백일의 낭군님'은 여전히 꿈 같은 작품이다.
"종영해서 시원하기 보다는 여전히 아쉬운 게 커요. 보통 작품 하나 끝내면 '아 이제 쉬어야지' 싶은데, 이번 작품은 다들 너무 친해져서인지 '이제 못 보는 건가' 하는 아쉬움이 크거든요. 빨리 지나가니까 씁쓸해지기도 하고요. 지금도 꿈같아요. 여운이 아직까지 있어요. 거의 1년 가까이를 이 작품과 함께 했으니까요. '백일의 낭군님'은 제게 좋은 사람을 얻게 해준 작품이에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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