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꼬였다고 생각했다. 결국 플레이오프 5차전 결과가 말해준다. 다만, 4차전까지 행보를 보면 이해도 된다.
넥센 장정석 감독의 단기전 마운드 운용은 독특하다. 일반적인 틀을 살짝 벗어난다. 결국 시리즈 결과로 평가 받는다. 장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와일드카드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서 성공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서도 성공할 조짐이 보인다.
일단 안우진의 성장, 각성이 결정적이다. 실질적으로 필승계투조 김상수, 오주원, 이보근보다 구위가 더 좋다. 장 감독은 안우진의 150km 패스트볼 위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존 필승계투조의 체력 부담을 덜어냈다.
그러면서 필승계투조의 기를 살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칫 줄어든 비중으로 의기소침해질 수 있는 부분을 간파, 믿음으로 보듬어낸다. 플레이오프 3차전 8회초 2사 2,3루 위기서 제이미 로맥을 상대로 이보근에게 정면승부를 지시, 격려한 게 대표적이다. 이전 6회초 1사 만루 위기서 한현희 대신 투입한 오주원이 오른손 대타 정의윤을 상대할 때 애당초 우타자 대타 기용을 예상했으면서도 투입한 것, 4차전 9회초를 안우진으로 끌고 갈 수 있었으나 이보근과 김상수를 차례로 기용한 것. 모두 필승계투조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3차전서 오주원과 이보근이 정의윤과 로맥에게 각각 한 방씩 맞았다면 넥센의 올 시즌은 끝났을 수도 있다. 4차전서 이미 4이닝을 던진 안우진에게 승패가 갈린 9회초에 1이닝 더 던지게 하면서 필승계투조를 완전히 아끼는 게 5차전을 위해 좋은 전략일 수 있었다.
장 감독은 지난 8월 취재진에게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계투진의 집단 페이스 난조에 투수조 조장 오주원으로부터 "저희 막 써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고마웠다는 사연. 넥센은 후반기 초반 불펜 난조로 주춤했다. 그러나 투수조 결의 이후 거짓말처럼 페이스를 회복, 8월 초 4위까지 치고 오른 뒤 정규시즌 끝까지 순위를 지켰다.
장 감독은 그때 똘똘 뭉친 넥센 마운드의 저력을 느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시즌 내내 고생한 필승계투조의 노고를 잊지 않는다. 비록 안우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렸지만, 장 감독은 정규시즌에 철저한 관리를 바탕으로 필승계투조가 포스트시즌서 적절히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돕는다.
또 하나. 장 감독이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제이크 브리검을 기용한 것 자체가 승부수였다. 장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들어갈 때 브리검과 해커에게 등판 스케줄을 한꺼번에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브리검은 나흘 휴식 후 등판했다. 해커는 이미 7일을 쉰 상태였다. 푹 쉰 해커의 구위가 더 좋을 수 있었다.
실제 브리검은 1차전서 주무기 투심패스트볼 움직임이 무뎠다. SK 타선의 예봉을 피하지 못했다.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5실점. (물론 9일만에 2차전에 나선 해커 역시 5⅓이닝 4실점으로 썩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넥센이 플레이오프를 5차전으로 끌고 가면서, 브리검의 5차전 등판이 성사됐다. 즉, 장 감독은 애당초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갈 경우 브리검을 선발로 쓸 걸 감안했다고 봐야 한다. 브리검은 이번에는 닷새를 쉬고 등판한다. 정규시즌과 같은 루틴. 정상 컨디션이라면 SK 에이스 김광현에게 밀릴 이유가 없다.
장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서 손가락 4개를 폈다. 플레이오프를 4차전서 끝내겠다는 답변.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사령탑의 역할을 감안할 때, 5차전을 위한 큰 그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결국 넥센은 2일 5차전서 푹 쉰 에이스 브리검에 이어 4차전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한 필승계투조(오주원은 연이틀 휴식 후 출격 대기)를 풀가동할 수 있다. 안우진도 여차하면 짧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예상을 뒤엎은, 흥미로운 장 감독 마운드 운용의 결말이 곧 드러난다.
[장정석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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