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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약해진 모습은 보기 싫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시즌 초반 임영희를 두고 했던 말이다. 1개월 6일 후 한국나이로 불혹이 되는 임영희. 1라운드 경기력은 임영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특유의 미드레인지 점퍼 정확도는 물론, 우리은행 특유의 촘촘한 연계플레이 지분도 높지 않았다.
위성우 감독은 김소니아와 최은실을 활용, 임영희에게 적절히 쉬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제 나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출전시간이 뚝 떨어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임영희는 우리은행 3광의 한 축이다. 그 누구보다 위 감독은 임영희를 잘 알고, 신뢰한다.
사실 WKBL을 대표하는 모든 선수에게 올 시즌 초반은 힘겹다. 윌리엄존스컵, 남북통일농구,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테네리페 농구월드컵까지. 지난 여름 유독 대표팀 일정이 길었다. 모든 대표팀은 장기레이스에 대비, 체력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다. 실전을 위한 전술훈련 위주다.
베테랑 임영희는 그 누구보다 체력,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비 시즌에는 적절한 휴식과 체력운동을 병행하는 게 가장 좋다. 우리은행이 가장 잘 한다. 그 의미 있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때문에 임영희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특유의 테크닉과 노련미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임영희는 2라운드 들어 서서히 살아난다. 26일 신한은행전.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2쿼터 초반 3점포를 꽂은 뒤 다음 공격서 스탑 뱅크슛을 터트렸다. 곧이어 속공 드라이브인까지 선보였다.
몸 상태,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는 증거다. 임영희의 주특기 스탑 점퍼는 엄청난 하체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하체 밸런스부터 깨진다. 당연히 슛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임영희는 이날 시그니처 슈팅을 성공하면서 컨디션 회복을 알렸다. 적극적인 속공 가담도 체력이 올라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다.
예전과 달리 매 쿼터 휴식과 출전을 병행한다. 서서히 출전시간을 늘리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 30분 넘게 출전하며 이 정도 플레이를 하는 게 대단하다. 위 감독이 "영희만 보면 짠하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당연히, 신한은행은 임영희를 제어할 카드가 없었다. 25분44초간 17점. 오랜만에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다.
박혜진도 명불허전이었다. 특유의 엄청난 활동량으로 내, 외곽을 누볐다. 크리스탈 토마스에게 절묘한 타이밍에 패스를 찔렀고, 토마스와 김연희, 곽주영 사이에서 공격리바운드를 잡고 골밑 득점을 올렸다. 김정은이 공격리바운드를 걷어내자 반대편 사이드로 이동, 오픈찬스를 만든 뒤 3점포를 꽂았다.
2쿼터에는 김소니아, 이선영, 최은실의 3점포를 잇따라 돕는 장면이 백미였다. 공을 잡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스크린을 타고 이곳저곳을 파면서 찬스를 파생했고, 틈이 나면 스스로 마무리했다. 속공 가담과 마무리는 주특기. 2쿼터 종료 18초전 세트오펜스가 풀리지 않자 먼 거리에서 던진 3점 뱅크슛이 림을 가르자 40-22. 사실상 승부를 결정하는 한 방이었다. 74-45 대승.
신한은행은 새 외국선수 자신타 먼로가 경기체력이 올라오지 않아 출전하지 못했다. 김단비도 꼬리뼈와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력 차이가 나는데 도저히 승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6연패 수렁. 현 멤버구성으로 뭔가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먼로와 김단비, 이경은이 컨디션을 완전히 끌어올릴 때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임영희(위), 박혜진(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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