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드림(꿈)이 있지 않나. 도와줘야 한다."
약 1개월 전이었다. DB 이상범 감독은 "외국선수를 한국농구에 적응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신인급 선수라면 NBA에 대한 드림이 있지 않나. 포스터도 그렇고 틸먼도 NBA에 가고 싶어한다. 나는 걔들한테 'NBA에 갈 수 있게 도와줄게'라고 말했다"라고 털어놨다.
DB는 지난 시즌 디온테 버튼으로 대박을 쳤다. 이상범 감독은 4~5번이 취약한 팀 사정상 버튼을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버튼이 시즌 전 일본 전지훈련서 이상범 감독에게 "4~5번 역할과 외곽플레이를 병행하고 싶다"라고 했고, 이 감독도 받아들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버튼은 대학 시절 4~5번을 전문적으로 소화해본 적이 없었다. 골밑 공격기술이 정교한 건 아니다. 운동능력을 앞세워 내, 외곽을 오가는 스타일. 결국 이 감독이 버튼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두경민과 적절히 역할분담을 했다. DB 태풍의 시발점이었다. (버튼도 시즌 내내 부단히 외곽슛 연습을 하며 클러치능력을 극대화했다) 즉, 버튼 케이스는 외국선수를 국내현실에 맞춰 적응시키는 KBL 풍토를 뒤흔든 대형사건이었다.
이 감독은 "쉬면서 유럽, 미국을 돌며 농구를 많이 봤다. 요즘 농구는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포지션파괴로 4~5번에게 골밑, 1~2번에게 외곽플레이만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통적인 1~5번 구분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 감독은 "무조건 외국선수에게 호통을 치는 게 아니라 'NBA에 가려면 이런 점이 부족하니 네 장점을 살리되, 이런 식으로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플로터가 주요루트던 저스틴 틸먼에게 훅슛을 권유, 장착시켰다"라고 말했다.
틸먼의 훅슛은 본래 갖고 있던 특기가 아닌, DB 입단 후 철저히 만들어진 무기였다. 이 감독은 "몸이 왜소하니 그런 슛을 던져야 살아남는다. 김성철 코치가 훅슛을 많이 연습시켰다. 좀 될만했는데 부상으로 떠났다"라고 돌아봤다.
마커스 포스터 역시 주무기 외곽슛을 충분히 살려준다. 대신 이 감독은 "슛밖에 쏠 줄 모른다. 2대2를 할 줄 모르고, 수비력도 좋지 않다. 포스터에게 NBA에 가려면 그런 것들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오픈찬스에서만 던지는 게 아니라 (찬스를)만들어서 던질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포스터에겐 최근 변화가 보였다. 스크린을 타고 슛을 던지거나, 동료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 감독은 "어시스트 자체는 좋다. 내줄 줄 알아야 본인에게도 찬스가 온다. 다만, 기본적으로 어시스트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틸먼의 퇴단 후 리온 윌리엄스가 입단했다. 이 감독은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중거리슛을 살리되, 슛 거리를 늘려 국내선수와 효율적인 스페이스 게임을 할 수 있게 지도한다. 이 감독은 "3점슛 연습을 시작했다. 무조건 기회가 나면 던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농구를 먼저 접한 선배로서 포스터, 틸먼, 윌리엄스가 앞으로 어디에서든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선수가 발전할 수 있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강점을 살려 팀 전력도 극대화한다. 부족한 부분은 연습과 국내선수들 활용으로 보완하는 게 이 감독 지론이다.
지난 21년간 KBL을 거친 외국선수들 중 화려한 이력에도 실패한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 지금도 몇몇 지도자는 외국선수에게 장점을 극대화하기보다 단점을 고치는데 주력한다. 어떻게든 자신의 농구관과 팀 컬러 나아가 KBL 특성에 맞추기 위해서다. 기본적인 기량이 좋고, 잠재력이 있음에도 그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선수는 KBL을 쓸쓸히 떠났다.
올 시즌 DB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외국선수에 대한 이 감독의 접근법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국내선수 전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마침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적지 않은 팀이 외국선수를 기타사유(사실상 기량미달)로 교체했다. 그들은 KBL에 어떻게 자리잡을까. 농구관계자들, 지도자들이 한번쯤 외국선수에 대한 이 감독의 지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포스터(위), 윌리엄스(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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