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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그 어떤 무대에 서든 빛난다.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 안에서 존재감을 빛낸다. 그래서 더 눈이 가고, 그래서 더 작품 자체에 녹아든다.
어린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뮤지컬 '마틸다'에서도 최정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극 중 악역을 훌륭히 소화하는 것은 물론 무대 뒤에서는 아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하고 있다.
최정원이 출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는 작가 로알드 달의 원작을 뮤지컬화 한 작품으로 물질주의에 찌들어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부모와 오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장 선생님 틈바구니에서 치이는 어린 천재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한 코미디 뮤지컬이다.
극 중 최정원은 딸 마틸다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못된 엄마 미세스 웜우드 역을 맡았다. 무대 위에서는 못된 엄마이지만 무대 뒤에서 최정원은 마틸다 역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이 믿고 따르는 엄마다.
그는 "무대 위에선 악역이지만 마틸다가 빛날 수 있게 어시스트할 수 있어 재밌다"며 "네 명의 마틸다 장점이 보이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요즘 말도 안 되는 사건, 사고가 많아 진짜 치유되는 공연이 필요하다"며 "공연하는 동안만큼은 세상과 분리되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그러면서도 작품 자체가 이 시대에 필요한 권선징악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멋있어 보이고 노래 잘하는 공연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작품들이 좋은 것 같아요. 공연을 보고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요. 뉴스에서 안 좋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럴수록 '마틸다'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정원은 마틸다 역을 비롯 극에 출연하는 어린 배우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들 이야기만 나와도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린 배우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힌 최정원은 "사실 한시도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할 수가 없다. 정말 모든 걸 잊고 마틸다의 상황과 대사들이 보일 수 있도록 내가 악역을 더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 위 마틸다들의 몰입도를 높여주기 위해 더 확실하게 미세스 웜우드로 변신한다. 연기할 때는 자기밖에 모르고 아이에 대한 애정보다 자신만 사랑하는 못된 엄마 그 자체다.
하지만 무대 뒤에선 다르다.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려고 한다. 특히 네 명의 마틸다들을 진짜 딸이라 생각하며 모두 다른 느낌으로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최정원은 "네 명의 마틸다들이 다 다르다. 대사 톤도 다르고 서로 주고받는 핑퐁도 다르다"며 "라이브이지 않나. 서로의 에너지가 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연 올라가면 미세스 웜우드로 변하지만 워낙 아이를 좋아해요. 평상시에는 아이들이 저한테 막 안겨요. 제가 '누가 낳았어?' 하면 '엄마가요!' 이러죠. 저는 악역이지만 아이들이랑 더 친해지려고 해요. 배우로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요즘 하고 있는 고민, 평상시에도 학교 생활은 어떤지, 뭘 먹고 싶어 하는지, 동료 배우 생각하듯이 물어보고 얘기하죠. 만나면 하는 인사도 맞추고 춤도 춰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연극으로 시작했는데 연기를 배우고 연극을 통해서 누군가의 인생을 사는 게 너무 재밌었다"며 "마틸다 아이들에게도 물어보면 '무대에서 재밌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엔 심장이 찌릿찌릿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제가 느낀 것처럼 무대에 서면 병도 나을 만큼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공연 중간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할 때도 '끝까지 해내면 분명히 좋아질 거야'라는 말을 선배로서 해주려고 하죠. 그러면 또 잘 해내요. 아이들이 진짜 즐겁게 한다는 것을 관객 분들도 아실 거예요."
뮤지컬 '마틸다'. 공연시간 160분. 2018년 2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창간인터뷰②]에 계속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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