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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래퍼 산이가 말하는 '정상적인 여자'는 누구인가.
산이는 '진짜 여성'들을 지지하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선언했다. "정신병"으로 남성들을 비하하고, 그들과 극렬한 대치를 벌이는 '메갈'과 '워마드'의 '웅앵웅'을 호되게 비판하는 것이니, 자신은 여성 혐오자가 아님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의 말대로 '워마드'와 '일베'는 사회악이다. 다만 의문이 든다. 산이가 규정하는 '정상',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인가.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을 나누는 잣대는 무엇인가. 고결한 페미니즘은 또 무엇인가.
산이는 자신이 허락한 '올바른 페미니즘' 및 '진짜 여성'에 대한 정의를 내린 적이 없다. 그저 평화롭게 살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게 이상적인 남녀라고 주장한다. 도리어 극단적인 목소리에만 응답하고, 정당한 비판들에는 입을 닫았다. 동시에 그 비판까지 '메갈', '워마드'로 취급해 집단화시켰다.
'올바른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런 뒤에야 산이의 일침에도 설득력이 생긴다. '메갈'과 '워마드'를 꼬집는다고, 지금의 '쿵쾅쿵쾅' 등 여성 혐오적 노랫말이 '페미니즘'이 되는 게 아니다. 자신을 향한 '남성 혐오'만 잘못되고, 자신이 노래하는 '여성 혐오'는 옳다는 말인가. '메갈 혐오'로 위장한 '여성 혐오'에 그치는 순간이다.
산이가 총대를 쥐고 '정상적인 여성', '비정상적인 여성'을 재단할 권리는 없다. 답이 없는 논쟁에 이분법적인 주장은 혐오 양산이다.
일부 여성들이 공분한 지점은 또 있다. 시점이다. 여성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돼 사회면을 장식했을 때 산이는 혐오를 혐오하자며 외치지 않았다. 침묵했다. 남성 혐오 논란이 팽배한 현재, 이제야 논쟁에 뛰어들었다. 아래는 과거 산이가 직접 메이킹한 랩 가사다.
'오빠랑 너 해보고 싶었다며 / 실제 하게 되니 어때 / 소문대로 맛 좋아 / 부끄러워라 나도 니 포부 큰 가슴 보며 하고 싶었어 / 물론 랩' ('미친 개' by. 예지 中 산이 파트)
'King of 처녀받이 / 무섭단 네 표정 일본 AV배우 / 오빠 믿고 벌려봐, 처녀 귀야 / 첨에는 좀 아프고 그런 게 첫 경험이야 / ('2008 대한민국' by. 버벌진트 中 산이 파트)
'I'm speaking to you bitch play that 소라넷 스타일' ('Ride' by. 릴샴 中 산이 파트)...
성적으로 노골적이고 비하적인 가사다. 산이의 발표곡 중 일부이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사랑하자'는 말 대신 여성성을 조롱하고 희롱했다. 여성을 매력적이라고 평하며 대상화했으니 '혐오'가 아닌 '사랑'인가.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화두로 떠오르기 전이라 '무지'에서 비롯된 과오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산이는 자신의 지난 가사들에 대한 어떠한 자성 없이 '혐오 반대'만을 외치고 있다. 위선이다.
콘서트에서 일부 관객들이 산이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한 건 명백한 잘못이다. 다만 산이가 진정 '혐오 논란'을 불식시키려 한다면, 혐오의 단면만 지적해서는 안 된다. 혐오가 불붙게 된 사회적 맥락을 살피고 이를 '혐오적 언어'가 아닌 '보편타당한 언어'로 비판해야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게 산이가 터져라 외치는 리얼 힙합의 스웨그 아닌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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