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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이 본격화된 1972년 부산에서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은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사업에 본능적으로 눈을 뜨면서 사업에 뛰어든다. 재빠른 위기대처 능력과 신이 내린 손재주로 단숨에 마약업계의 거물이 된 이두삼은 사업적인 수완이 뛰어난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와 손을 잡고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의 마약을 대량으로 유통시켜 백색 황금 시대를 연다. 승승장구하던 이두삼을 주시하던 김인구 검사(조정석)는 이두삼의 사촌동생 이두환(김대명)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 잡기에 나선다.
‘마약왕’은 시종 묵직한 톤으로 시대가 낳은 괴물이었던 이두삼의 파란만장한 삶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돈을 벌려고 시작했던 마약업은 점차 가속도를 붙여 권력과 결탁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이두삼의 인생도 상승과 파국의 드라마를 향해 휩쓸려 들어간다. 이두삼이 구축한 ‘마약 제국’은 정의로운 검사 김인구의 추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몰락의 낭떠러지로 미끄러진다.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고 말하는 이두삼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1970년대는 한탕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일본에 마약을 팔아 돈을 벌면 애국자로 받아들여진 시대였다. 이두삼은 자신이 진짜 애국자라고 생각하고 허울좋은 명분을 내세워 불법과 탈법을 이용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직소의 ‘스카이 하이’와 이정미의 ‘바람’, 그리고 슈베르트의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점차 탐욕에 물들어 파국으로 치닫는 마약왕의 인생을 변주하는 음악도 인상적이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하다고 뒤로갈수록 무거워지는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조우진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 역시 안정감을 준다.
‘내부자들’ ‘범죄와의 전쟁’이 인물과 시대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약왕’은 이두삼 개인의 삶에 조금 더 비중을 둔다. 송강호의 ‘예측불가 변화무쌍’한 연기는 그가 왜 이 시대 최고의 배우인지를 입증한다. 소위 ‘약빤 연기’의 진수를 선사하는데, 압도적으로 빨려들어간다. 결국 ‘마약왕’은 송강호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앞모습으로 끝나는 영화다.
송강호는 ‘마약왕’의 모든 것이다.
[사진 제공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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