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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 찬성하는 사람, 어느 쪽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걸 줄여가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성숙한 담론."
정우성은 20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 책마당에서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석해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을 주제로 삼아 북토크를 진행했다. 정우성이 펴낸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에는 그가 그동안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하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이날 정우성과 함께 참석한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권한대행은 "이 행사는 우리에게 매우 특별하고 뜻 깊다. (정)우성 씨는 네팔, 남수단, 이라크, 레바논, 지부티,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전세계 가장 외진 국가들을 방문해 난민들의 목소리를 열정적으로 한국 등에 전달해왔다"라며 "우성 씨의 책에는 유엔난민기구와의 5년 여정이 담겨있다. 이 책은 여러분에게 그가 전세계 각지에서 만난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로 선정된 정우성은 1년간 명예사절 활동 기간을 거쳐 2015년 6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공식 임명됐다. 이후 그는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 말레이시아 등에서 난민을 만났고 줄곧 난민 이슈와 관련해 헌신과 소신이 담긴 목소리를 냈다.
많은 팬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정우성은 "한 해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고 캠프도 방문했다. 방글라데시에 자리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넘어온 난민촌을 방문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촌이다. 90년대부터 2007년 폭력사태 등 100만에 육박하는 난민들이 34구역으로 나뉘어 생활을 하고 있다"라며 근황을 전했다.
난민 캠프에서 경험한 바를 털어놓으며 가볍게 토크의 포문을 연 정우성이지만 최근 난민 수용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명이 제주를 입국하며 거센 설전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활발히 난민 구호에 대한 목소리를 내온 정우성은 난민 수용 반대를 외치는 대중으로부터 강한 지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정우성은 먼저 "난민은 자의적인 선택에 의해 내몰린 게 아니라 전쟁 등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국을 떠난 거다. 그렇기 때문에 자의성을 가지고 타국을 찾는 분들과는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지금 인도적인 체류로 머물고 있다. 취업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주어졌지만 언어적인 문제도 있다. 또 체류도 임시적이다. 취업 기회 등이 그 분들에게 얼만큼 주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난민을 받아들일 때 세금으로 그 분들의 기초 생활을 지원한다고 오해하고 계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체류에 대한 허가가 주어진 것이지, 그 분들이 자력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동정에 대한 도움보다는 스스로 삶을 재건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체류 허가는 떨어졌으나 생계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라고 전하며 오해를 바로잡았다.
또한 정우성은 "자극적인 뉴스와 정보로 인해서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이해가 없는 중간 입장 분들은 그런 쪽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객관적으로 '가짜 뉴스'를 알게 되고,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던 것 같다. 초기에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안 좋은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후원의 마음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라고 전하며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다만 오랜 연기 생활로 대중에게 두루 사랑받아온 정우성이었기에 설전 자체는 치명적이었다. 줄곧 그가 보여 온 굳건한 소신에 감탄하는 대중이 있는 반면 실망도 컸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무섭지는 않았다. 놀라기는 했다. 그러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어떠한 이유로, 어떤 관점에서 전달되는지 알기 위해서 댓글들을 차분히 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의연히 답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닫고 배타적인 성향으로 결심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글들도 있었다. 대다수의 우려의 목소리는 난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데, 사실일까 하는 순수한 우려였다. 그 분들에게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성숙한 담론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 배우가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특히 주변 분들이 우려했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친선대사를 하면서 그 분(난민)들이 어떤 분들인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더불어 정우성은 난민의 범죄를 걱정하는 일부 국민들을 언급하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우려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편화되어 있는 성향으로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일탈이다. 저 역시도 두렵다. 하지만 난민 전체가 그럴 수 있는 범죄라고 규정지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나라의 범죄 체제 안에 놓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무엇보다 정우성은 '세계 난민의 날'에 맞춰 책을 출간해 의미를 더했다. 국제연합(UN)은 2000년 유엔총회특별 결의안을 통해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정우성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분들에게 도모하고 강요하려고 쓴 건 아니다. 당초 활동하면서부터 시간이 흐르면 내 활동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면 의미 있는 일이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난민 이슈가 뜨거운 올해 출간이 됐다. 오히려 좋은 타이밍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반대하는 사람, 찬성하는 사람, 어느 쪽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걸 줄여가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성숙한 담론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 첫 페이지를 열고, 덮을 때 각자가 느끼는 감성들이 있을 거다. 여러 생각의 돌출을 바라고 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조차도 규정짓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가질 수 없는 기회를 제가 대표해서 했을 뿐이다. 제 개인 감정이 절대적으로 옳다 할 수 없다. 그저 고스란히 전달했을 때 느끼는 이해와 감정은 여러분의 것이다"라며 조심스레 전했다.
유엔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일상과 사소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던 정우성은 친선대사활동에 대해 "기구에서 그만두라 할 때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건강도 괜찮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헌신적인 활동을 약속했다.
한편, 이번 책은 2019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 도서로, 도서전 종료 이후 일반 서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책의 인세는 전액 유엔난민기구에 기부된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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