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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고작 4회 남았는데, 전개는 50부작 드라마처럼 흘러가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김원석)가 지난 7일 part.3 '아스, 그 모든 전설의 서곡'으로 돌아왔다. 6월 처음 선보였던 part.1 '예언의 아이들'과 part.2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에 이어 약 2개월 만이다. 동일한 시즌이지만 12회를 먼저 방영하고, 남은 6회를 두 달간의 휴식 후에 내보낸 셈이다.
이례적인 편성의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후반 작업에 더욱 힘쓰겠다는 제작진의 각오가 담겼다. 태고 판타지라는 장르, 세계관 창조 등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내세웠던 '아스달 연대기'였기에 사실상 CG 작업이 가장 큰 과제였을 터다. 그러나 제작진은 정말, CG에만 힘쓴 모양새다.
드라마에 대한 몰입과 이해가 끊기게 된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독특한 편성 전략을 유지했으나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전개는 느리고, 구성은 반복됐다. 아스달에 맞서 싸우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주인공인 은섬(송중기)은 14회까지도 아스달에 진입하지 못했고, 길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극은 후반부에 접어들었는데, 남자 주인공은 연약하다. 뇌안탈과 인간의 혼혈인 이그트는 설정상 인간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은섬은 이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 와한족 사이에서 배운 '선한 마음'만 가져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것만 되풀이되고 있다.
물론 문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 은섬이기에 각성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이에 다양한 부족과 조우하며 '힘'의 중요성을 깨닫고, 세력 확장을 배워가고 있지만 내용 전개는 너무 더디다. 이렇다 보니 은섬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아스달에서 열심히 권력 싸움 중인 탄야(김지원), 타곤(장동건), 태알하(김옥빈), 아사론(이도경) 등의 서사가 일말의 재미를 주고 있다. 8일에는 마침내 타곤의 비밀이 온 아스달에 알려지며 절정을 맞이했다. 새로운 부족들도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트닉(조병규)의 부족인 모모족 샤바라(카라타 에리카)의 존재감은 큰 쾌감도 안겼다. 그러나 뒤늦은 폭발에 시청자들은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는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출 부족과 함께 작가진의 성향을 지적하기도 한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드라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을 집필하며 장편 사극에 특화된 역량을 자랑했다. 매니아층을 다수 형성했던 이들은 사극 장르에 있어서만큼은 최고로 손꼽혔고, '아스달 연대기'를 향한 기대감을 끌어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18부작이라는 짧은 회차 안에 거대한 판타지를 담아내려 하니, 강약조절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이다.
특히 중간 편성으로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던 전작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오충환)가 오히려 화제성은 물론, 올해 tvN 최고 시청률까지 거머쥐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터라 뼈아픈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기존 시청자들은 겨우 기억을 더듬으며 part.3에 진입했지만 새로운 시청층 유입은 어려워 보인다. 매력적인 장르, 화려한 출연진, 탄탄한 세계관, 대규모 제작비로 한국형 고전 판타지 탄생을 기대케 했던 '아스달 연대기'.
남은 4회에서라도 제작진이 강조했던 '격동적인 서사'가 생동감 넘치게 그려지길 바랄 뿐이다.
[사진 = tv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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