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연기 열전이 펼쳐진다. 감탄에 감탄, 꼬리를 문다.
일찌감치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이하 '천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민식과 한석규의 재회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두 배우를 한 스크린에서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렘을 자아내는데, 베일을 벗으니 기대 이상이다. 만족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압도된다. 최민식, 한석규의 합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신구, 허준호, 김홍파, 김태우 등 조연들까지 톡톡히 제 몫을 해낸 덕이다.
출연작만 약 100여 편. 드라마, 연극, 예능, 광고까지 섭렵하며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구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정승 영의정으로 등장해 시선을 강탈한다. 세종(한석규)를 보필하며 직언을 아끼지 않는 신하로 명나라에 대한 사대의 예를 최우선으로 하며 장영실(최민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신구는 많은 대사를 하지 않지만, 눈빛만으로 자신의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한석규와의 독대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최근 최민식은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신구의 연기를 두고 "신구 선생님의 연극을 보러가기도 했는데, 우리 모두 '머리 박자'고 했다. 다 반성해야 한다. 팔순이 넘는 노장 배우인데, 감동적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허준호, 김홍파, 김태우도 숨 막히는 열연을 선보였다. 김홍파는 세종의 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문무대신 이천을 연기했다. 대신들이 천문 사업을 반대하는 순간에도 묵묵히 세종과 장영실을 지지하는 인물로, 김홍파는 의로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흡인력 있는 연기를 자랑한다.
허준호는 역대급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선왕 태종 시절의 장수이자 세종의 만류로 낙향하지 않은 승록대부 조말생으로 변신한 그는 단숨에 영화의 긴장감을 최정점으로 끌어올리며 엄청난 아우라를 발산한다. 김원해, 임원희, 윤제문은 훌륭한 감초 역할 수행으로 극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젊은 피인 박성훈과 전여빈도 각각 세자 이향, 장영실의 제자 사임으로 분해 짧은 분량에도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이처럼 작은 연기 구멍도 허용하지 않은 '천문'이다. 허진호 감독은 마이데일리에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최민식, 한석규뿐만 아니라 허준호, 신구, 김홍파, 임원희, 김원해, 윤제문, 김태우 등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종합선물세트 같다. 다시는 못 볼 조합"이라고 전하며 자신감을 보여 기대감이 높아진다. 오는 26일 개봉.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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