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리수다.
KBL은 지난달 29일 KCC의 전주 숙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자 1일부터 정규경기를 중단했다. 2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 4주간 정규경기를 중단한 뒤 상황을 보고 다음 스텝을 취하기로 했다. 이 사태는 KBL의 무관중 경기 진행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증명한다.
KBL도 한 발 늦은 대응이었다. 그런데 WKBL의 행보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KBL이 난리가 난 걸 보고도 정규경기를 버젓이 진행 중이다. 2일 사무국장 회의에서 강행을 결정했다. 결국 WKBL은 경기 강행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현장구성원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코로나19의 종식시점은 알 수 없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한국의 코로나19가 3월 말이 절정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산세가 꺾여도 종식시점 전까지는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WKBL이 정규경기가 종료되는 19일까지 KBL이 겪은 사태를 똑같이 겪지 않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양 팀 선수들, 양 팀 프런트들, 기록원 등 본부석 진행요원들, 심판들, 중계방송사 관계자들, 최소한의 협력업체 직원들, 취재진까지. 정규경기가 끝나는 19일까지 매일 어디서 뭘 했는지 모른 채 모이는 약 100여명의 현장구성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WKBL이 억울하게 자가격리자가 된 사람들의 심리적, 물질적 피해까지 보상하지 않는다.
그저 WKBL은 19일까지 현장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 혹은 자가격리자가 될 경우 정규경기 중단이 아닌 종료를 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사후약방문이다. 진짜 중요한 건 확진자 혹은 자가격리자가 나오지 않게 선제 대응을 하는 것이다. KBL과 KOVO가 일정에 여유가 있어서 리그를 중단한 게 아니다.
이병완 총재가 1일 삼성생명-신한은행전이 열린 용인체육관을 찾았다. 농구전문지 점프볼과의 인터뷰서 선수들이 처한 원정 숙소생활의 위험성에 대해 "미리 겁먹고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공포감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분위기에 휩쓸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그를 잘 마무리해야 하는 공적인 의무가 있다"라고 했다.
프로스포츠 단체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현장구성원들의 건강에 리스크가 있더라도 정규경기를 정상적으로 마치는 게 중요하다는 수장의 생각이 실질적 의사결정권이 없는 사무국장 회의에서 뒤집힐 수 있었을까. 심지어 이사회가 열려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WKBL이 지금의 리스크를 의식, 정규경기를 이대로 중단 혹은 종료해도 순위 산정방식, 선수 계약에 대한 유권해석, 각종 스폰서와의 계약관계, 포스트시즌 진행방식 등 정리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많다. 분명 시즌 중단 혹은 종료도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의 최고 존엄가치인 건강 이슈가 사회 전반을 크게 위협하는 비상시국이다. 현장구성원들은 매일 건강에 대한 위협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미 일부 선수들은 당장의 경기 승패보다 코로나19 확산을 더욱 크게 의식한다. 이런 상황서 경기 진행이 의미가 있을까.
또한,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WKBL은 KBL처럼 정규경기를 일정기간 중단할 경우, 숙소에 기약 없이 머무를 선수들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딱히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방역을 확실하게 해서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시즌을 이대로 끝내고 다음시즌 준비를 위해 잠시 쉬는 게 낫다. 어차피 시즌이 끝나면 구단들은 약 1개월의 휴가를 갖는다. 현 시점에서 선수들이 단체생활을 이어가든 집으로 돌아가든 코로나19에 대한 리스크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족과 함께하면 최소한 심리적 안정은 가질 수 있다. 선수단이 아닌 현장구성원들도 경기장 방문 동선을 줄이면 그만큼 리스크에 덜 노출된다.
결국 WKBL의 정규경기 강행은 코로나19에 대한 리스크 이상으로 리그의 불완전한 중단 혹은 종료에 대한 부담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 부담이 사람의 건강보다 중요한 건 아니다. 시즌 중단 혹은 종료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면 된다. KBL은 그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WKBL은 망설이다 일단 눈을 감았다. 이 사태는 여자프로농구의 마케팅, 경제적 가치가 아닌, 초점을 철저히 인권 문제에 맞춰야 한다.
WKBL은 KBL이 겪은 아찔한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가 없다. 현 시점에서 정규경기 강행은 무리수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수장의 잘못된 현실인식과 무리한 정규경기 강행이 상당히 우려된다.
[WKBL 현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