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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역할이 이렇게까지 클 줄 몰랐단다. 임팩트만 가볍게 주고 퇴장할 줄 알았던 강두기란 인물은 배우 하도권(43)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갓두기'로 남았다. 수혜자가 쏟아졌던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 그 중 으뜸은 단연 하도권이다.
지난 2월 인기리에 종영한 '스토브리그'는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하는 드림즈 구단에 백승수(남궁민)가 새로운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막을 내렸다. '야알못'과 '야잘알'을 모두 사로잡은 이 드라마는 때론 속 시원한 해답을, 때론 먹먹한 감동을 안기며 "스포츠 드라마는 실패한다"는 공식을 완벽히 깼다.
야구 프론트를 배경으로 한 덕분에 그동안 대중은 쉽게 알지 못했던 야구 뒷이야기, 그리고 선수들의 여러 고충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여러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며 신선한 매력을 안겼다. 특히 하도권이 연기한 강두기는 국가대표 1선발급 에이스 투수로 인성, 실력, 뚝심 모두 갖춘 선수. 자연히 하도권은 '스토브리그'가 발굴한 최고 스타가 됐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하도권은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에게 '스토브리그' 굿즈 순위에서도 줄곧 강두기가 1위를 지키고 있다고 전해주자 "들었다. 독보적인 1위라고 하더라. 많은 분들의 꿈이 녹아있는 캐릭터라 많이들 환호해주시는 것 같다"며 "다만 저는 제 유니폼을 반납했다. 안 주시더라. 매진됐으니 풀리면 다시 사려고 한다. 사인 있는 걸 사거나 그냥 제가 사인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야구 선수로 몇 개월 산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세요. 실제로도 야구 선수인 줄 아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감사해요. 최고의 찬사잖아요. 강두기로 보였다는 거니까요. 전작에서 만들었던 피지컬은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어요. 대신 실제 투수들을 보니까 근육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유연성 때문이래요. 그래서 저도 살을 조금 더 찌웠어요. 지금은 빼고 있고요. 배우로서 늘 중간 지점에 있어야 언제든 변신이 가능하죠."
피지컬과 투구 폼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던 하도권은 "사실 연기에서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강두기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지만 명확히 느끼는 인물이다. 자칫 과하게 표현되면 강두기가 손상되고, 표현을 안 하면 전달이 안 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적당한 지점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대사를 칠 때도, 강두기가 너무 달변가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빠르게 '와다다다' 내뱉는 대신 일부러 투박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이 현장에서 잘 캐치를 해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표현을 좀 자제하더라도 시청자 분들이 눈치 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토브리그'의 성공은 배우들의 재발견으로도 이어졌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늘 브라운관 혹은 무대에 자리했던 내공 있는 조·단역 배우들과 풋풋한 신예들에게도 눈길이 쏠리며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렸다. 하도권을 비롯해 조한선, 이용우, 홍기준, 채종협, 차엽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하도권은 "그래서 더 고마운 드라마다"라며 일일이 동료들의 활약을 짚어 애정을 엿보게 했다.
"조명 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스토브리그'를 통해 조명 받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어요. 드림즈 스토리와도 잘 맞지 않나요? 그래서 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드림즈 안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를 만드는 모두의 이야기, 시청자들의 이야기에요. 몰입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죠."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보다 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는 하도권이다. '그냥 보는 스포츠 정도'로 야구를 여겼던 하도권과 달리 그의 아들은 키움 히어로즈의 엄청난 팬이라고. 하도권은 "아들 때문에 1년에 1~2번씩 야구장에 가는 정도였는데, 내가 직접 하는 스포츠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 아들에겐 아빠인 제가 거의 신이고, 하나님이에요. 아빠가 강두기잖아요. 자랑은 안 한다고 하지만 슬슬 흘리고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하니 너무 좋아요. 제 어린 시절만 생각해도 그래요. 아빠를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의 추억은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스토브리그'는 고맙고, 좋은 작품이죠. 이거 잘 안 됐으면 훈련하다 다친 팔꿈치만 버릴 뻔 했죠.(웃음)"
강두기가 임동규(조한선)와의 트레이드로 드림즈에 가게 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드림즈, 내가 왔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드라마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쉴 새 없이 명언을 쏟아냈던 강두기. 하도권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대사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제가 즉석으로 만든 대사가 있다"라고 반전 대답을 내놔 작품을 향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느끼게끔 했다.
"극 말미에 강두기가 타이탄스로 갈 때 백승수에게 했던 대사가 있어요. '많은 것들을 품고 계시는데 나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것들을 놓치시면 안 된다. 슬퍼하시면 안 된다'는 대사가 나와요. 이어 말하는 '잠시나마 제가 꿈을 품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부분은 제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대사에요. 제 이야기였으니까요. 강두기의 이야기였고요. 또 시청자 분들에게도, 모두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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