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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요즘 칼을 갈고 있어요. '뭐 하나만 얻어 걸려봐라. 한번 보여줄게'라는 마음이에요."
배우 성훈(37)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감독 김정권)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 영화 및 활동과 관련한 이야기 등을 털어놨다.
성훈이 출연한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을 만난 후, 마법처럼 뒤바뀌기 시작한 ‘너무 다른' 두 청춘남녀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로, 성훈은 차갑고 냉철한 카페 마스터 승재로 분했다. 사사건건 소정(김소은)에게 시비를 거는 인물이지만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속내는 따뜻하다는 설정의 인물이다.
그러나 폭력적인 언행은 '츤데레'라 포장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성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다수. 이와 관련해 성훈 역시 "찍었을 당시에는 작품으로서, 코미디극으로서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찍었는데 지금 보니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다. 그 때는 그냥 다 웃고, 캐릭터로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시대가 빠르게 변했다.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정말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버럭한다. 그런데 자기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좋아하는 마음 표현을 못하던 친구다. 어릴 때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여자애들을 괴롭히고, 못된 말을 하는 느낌이다"며 "작품으로서 봐주시면 좋겠다. 끝까지 보시면 그 친구가 갑질을 하는 친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작품이니까 그런 갑질도 해보는 거지, 실상에서는 못 하지 않나.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너무 쓰레기이지 않나. 작품이니까 그런 것도 해보는 거다"며 "어릴 때 성격과는 비슷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20대 땐 장난 반 진심 반 버럭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에너지 소모하는 게 힘들다. 그래서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계가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회 개최, 인터뷰 진행, 개봉 등 예정된 플랜을 지속해 기대 섞인 우려를 받았던 바다.
이에 성훈은 "개봉을 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지금 대작들은 다 뒤로 미루지 않았냐. 그런데 오히려 저희는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안 좋은데 굳이 불편하게 극장으로 오라고 하는 것도 죄송한 부분이다. 하지만 개봉을 하긴 해야 하니, 지금 잡은 것 같다"며 "사실 개봉할지 몰랐다. 1~2년 늦춰진다는 건 많이 들었는데, 3년째 됐을 땐 '이게 개봉을 한다고?'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잊고 있었다. 다른 스케줄로 많이 바쁘기도 했다. 개봉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성훈에게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연기로만 시청자들을 만나왔던 그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로이방' 등 친근감 있는 캐릭터로 보다 더 존재감을 알렸다.
다만 예능 활동이 배우로서의 이미지 형성을 방해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생각하기 나름이다.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연기를 해도 사람들이 그 캐릭터로 안 봐준다'고 일부 연기자들이 불평하듯이 자기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작품을 좋아서 보시는 분들은 예능 이미지가 어떻든 캐릭터로 봐주실 거라고 믿는다"며 "그래서 '얼'이라는 별명도 멤버들에게 고맙다. 일부러 더 잘 챙겨주고 만들어주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참 고맙다. 또 방송으로도 잘 살려주신 프로그램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민망하고 쑥스러울 때가 있지만 싫지 않다. 싫어할 수 없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예능인이기 이전에 연기자인 성훈은 올해로 데뷔 10년차다. 그는 연기 생활을 돌아보며 "잘 버틴 것 같다. 뿌듯하다"며 "사실 첫 작품들이 너무 강했다. 그게 너무 잘 되다 보니까 필모그래피가 다양하지 못하다. 한정적인 배우에게 어떤 역할을 줄 수 있겠나. 아쉽다기보다는 저처럼 연기도 못하는 애가 그렇게 꾸준히 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 만족보다 감사다. 이 직업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계속 칼을 가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가장 행복하고 신났을 때는 작품할 때에요. 현장에 있는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을 때, 스스로 하면서도 잘 풀린다고 느꼈을 때가 가장 행복했고 좋았던 기억이죠. 사진처럼 남아있지는 않지만 '욕을 먹더라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구나'하는 감정들이 남아있어요."
나름의 경력이 쌓였지만, 겸손한 대답만을 내놓던 성훈은 2017년 크랭크업한 이번 영화 현장을 회상하며 "그 때 너무 일차원적인 연기를 했다. 이게 제 성격이다. 나중에 제가 호평 받는 연기를 하더라도 아마 지금처럼 자기반성을 할 거다. 그래서 조금 피곤하게 살고 있다. 저거보단 잘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요즘은 칼을 갈고 있는 시기다. '뭐 하나만 얻어 걸려봐라. 한번 보여줄게'라는 마음이다. 좋은 예능을 만나서 꾸준히 오래 하다 보니까 제 팔자에 카메라도 많이 접해보게 됐다. 사람도 계속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연기적으로도 변화가 생긴 게 있다. 그래서 칼을 갈고 있다"고 남다른 의지를 내비쳤다.
"자존감이 좀 낮긴 해요. 저는 제 성격을 알아요. 오냐오냐하면 건방져질 것 같아요. 그래도 건방져 보이는 것보다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물론 연기만 잘하면, 실생활에서 어떤 모습이면 어떻겠냐는 생각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멀티가 안 되고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거든요."
더 다양한 장르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성훈. 인터뷰 내내 활기찬 면모로 분위기를 리드하던 그는 "저는 대중이 보는 제 일반적인 이미지를 다 깨버리고 '저 미친놈이에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쟤 사실 미친놈 아닐까?' 싶은 무언가를 보여드리고 싶은 거다. 표현에 있어서 자유롭고, 수위가 더 셀 수 있는 영화가 그래서 좋다"며 "장르물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사실 뭐가 들어와도 상관은 없다. 어느 정도까지 제가 캐릭터에 양념을 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 사이코패스도 좋다. 까불거리는 역할도 하고 싶다. 이번 영화 시사회를 보면서 그 칼이 조금 더 갈리고 있는 것 같다"고 재차 강조하며 더 큰 활약을 기대케 했다.
오는 25일 개봉한다.
[사진 = 강철필름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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