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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잘 들리시나요?"
노트북 화면에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난생처음 온라인 화상 인터뷰란 걸 경험하는 낯선 상황에서도, 그는 베테랑의 노련미를 앞세워 금세 인터뷰의 흐름을 만들고 술술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승훈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발라드의 황제' '국민가수'와 같은 수식어나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I Believe' 등 무수한 히트곡까지, 신승훈의 화려한 발자취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한 레전드 가수의 위치임에도 그는 지난 세월을 겸손하게 돌아봤다.
"데뷔 당시 가요계에 큰 획을 긋는 가수가 되기보다는 한 점 한 점, 점을 찍어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돌아보니 커다란 획은 아니지만 신승훈이라는 선이 된 같아요. 30년의 영광을 기념하고 추억으로 삼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요."
신승훈은 자신의 대표곡으로 30년전 발매해 데뷔와 함께 14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세운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꼽았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부터 30년이 됐어요. 가장 의미 있는 곡을 뽑아달라면 금년엔 이 곡을 꼽고 싶어요. 전국 투어 콘서트 제목도 '2020 더 신승훈 쇼 -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이거든요."
신승훈은 LP에서 CD를 거쳐 디지털 음원까지 다양한 음악 플랫폼을 경험했다. 과거엔 일명 프라임 시간대에 음악 프로그램이 방송됐고, 근처엔 레코드점이 있었으며, 줄을 서서 음반을 구매하던 추억도 있다. 신승훈은 이러한 시간들을 "이끌어 온 게 아니라 묻어 온 것"이라며 "황금기 시절 수혜를 입었던 사람 중 하나"라고 겸손히 말했다.
특히 "요즘은 바쁜 생활 속에 음악이 BGM이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지만 "지금은 각 장르가 전문적으로 발전했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했다면 이젠 전문적으로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 영역을 침범할 수도 없고, BTS나 싸이처럼 빌보드를 휩쓰는 친구들도 나타났기 때문에 선배로서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승훈의 데뷔 30주년 스페셜 앨범 'My Personas'는 '나의 분신 같은 음악들'이란 의미를 담는다. 신곡으로만 트랙을 채웠다. 지난 영광을 되새기기 보다 현재 진행형 가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는 '신승훈표 발라드'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재즈 넘버 '늦어도 11월에는', 후배 싱어송라이터들의 숨은 명곡을 신승훈의 목소리로 재탄생 시킨 원우의 'Walking in the Rain', 더필름의 '사랑, 어른이 되는 것' 등이 실렸다.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30년간 제 음악을 좋아해주신 분들, 팬들을 위한 땡스 투(Thanks To) 느낌이에요. 신승훈표 발라드를 꼭 쓰고 싶었어요. '그러자 우리'는 같은 발라드지만 다른 느낌으로 들릴 것 같아요. 더블 타이틀로 가는 것에 대해 회사에선 많이 말렸어요. 그런데 제 진정성으로, 이 두 노래가 같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더라고요."
스페셜 앨범 발매와 함께 4월부터 전개할 예정이었던 전국 투어 콘서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 연기 됐다.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생기자 "멘붕이 올 정도였다"는 신승훈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은 되게 중요했어요. 그곳은 1년치 스케줄이 짜여 있기 때문에 스타트부터 꼬이게 됐지만, 30년된 가수의 가장 좋은 점은 대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두 세 달 미뤄졌기 때문에 더 많은 연출이 들어갈 거고, 후엔 보상 받는 기분으로 정말 후련했으면 좋겠어요."
당장 팬들과의 만남은 훗날로 미뤄졌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 음악이 주는 위안과 위로는 더욱 절실해졌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음악은 4분의 미학이죠. 짧지만 많은 게 담겨 있고, 그런 노래 한 곡의 힘을 모두가 알잖아요. 위로가 필요할 때 음악이 주는 그 힘을 믿어요."
[사진 = 도로시컴퍼니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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