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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이제훈이 '사냥의 시간'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이제훈은 28일 오후,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과 관련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에 공개된 '사냥의 시간'.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물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받으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2011년 충무로를 휩쓴 웰메이드 영화 '파수꾼'의 주역들 윤성현 감독, 이제훈, 박정민이 재회하며 기대를 더했다.
이제훈은 극 중 행복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 캐릭터를 맡았다. 박정민은 정보원 상수 역할을, 여기에 안재홍이 준석의 오른팔이자 분위기 메이커 장호, 최우식이 의리뿐인 반항아 기훈, 박해수가 정체불명 추격자 한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이날 이제훈은 '파수꾼'을 촬영할 당시를 회상하며 배우로서 성장을 되짚었다. 그는 "'파수꾼'을 찍은 게 2010년이다. 그때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는 시기였다. '파수꾼'으로 처음 장편 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무게감을 느꼈고, 배우로서 도약해야 할 시기에 윤성현 감독님을 만나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라는 배우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중요한 시기에 '파수꾼'을 촬영하면서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 등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는 그런 모습들을 배웠다. 윤성현 감독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정민도 마찬가지로 저처럼 연기에 대한 열정은 있는데 방법적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면이 분명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정민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영화나 드라마의 경험을 쌓아가면서 성숙해졌다. 씨네키즈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 책임을 지고 있구나 싶다. '사냥의 시간'으로 다시 만나면서 '잘하자'는 의지를 서로 다졌었다"라고 웃어 보였다.
또한 윤성현 감독과의 재회에 대해선 "9년 만에 차기작이 나왔는데, 뭐랄까 더 깊어졌다. 그 세계관에 있어서 영화적인 장르나 에너지가 정말 가득하구나 싶었다"라며 "그래서 이 사람이 뭔가 구현해내려는 부분에 있어서 그 디렉션을 제가 진짜 모든 걸 다 받아들여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쏟아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뜨거운 열의를 엿보게 했다.
이제훈은 "준석을 연기하면서 고생스러웠던 점이 누군가한테 쫓긴다는 공포감,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내가 살면서 그랬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되더라. 학창시절 등교하는데 불량한 형들이 일로 와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우윳값이었나 제가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그때 이걸 뺏기면 엄마한테 혼날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을 살리기도 하고, 저를 최대한 한계치로 계속 몰아붙였다. 여기까지에 대한 힘듦과 공포가 있지만,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몰아붙인 거다. 안주하지 않고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시험을 계속했다. 한과의 지하 주차장 신에서도 저 총 안에 정말로 총알이 있다고 믿으면서 공포감을 느끼려 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항상 작품을 할 때 이게 마지막이고, 더 이상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내 모든 걸 쏟아내자 그렇게 임한다. 열정적이고 돌파해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윤성현 감독님이 준석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저의 한 이면이었던 것 같다. 캐릭터를 분석하려고 하기보다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훈은 "스스로 예단하기 조심스럽지만 현재로선 '사냥의 시간'보다 더 힘들고 지치고 나를 바닥까지 내리게 하는 그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프로덕션 기간도 길었고 준석으로서 계속 쫓기고 괴로워하고 힘든 그 순간들을 계속 만들어야 했으니까. 황폐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근데 재밌는 건 이 '사냥의 시간'이라는 작품에서 도망가고 싶었는데,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 시간이 저를 성장시키게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 다른 작품들에 있어 체력적, 태도에 있어서 시각을 넓히고 안 좋은 상황들에 있어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사냥의 시간'은 저를 성숙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작품을 만날까? 생각해보면, 지금 마음으로는 없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사진 = 넷플릭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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