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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베테랑의 품격이었고, 클래스는 여전했다. LG 트윈스 베테랑 정근우가 화려한 수식어를 써도 부족함이 없는 호수비를 펼치며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부응했다.
정근우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전에 2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는 등 공수에 걸쳐 존재감을 과시했다. LG는 차우찬의 호투, 김현수의 투런홈런 등을 묶어 8-2로 이기며 2020시즌을 순조롭게 시작했다.
정근우는 통산 3차례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는 등 두말할 나위 없는 KBO리그 최고의 2루수였다. 공수를 겸비한 가운데 승부근성까지 갖춰 SK 와이번스가 왕조를 구축하는 데에 기여했고, 태극마크를 달고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활약했다. 한화 이글스 이적 후에도 2루수의 교본을 보여줬다.
다만, 한용덕 감독이 부임한 2018시즌을 시점으로 ‘2루수 정근우’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한화는 신예 정은원을 팀의 미래로 점찍었고, 부실한 외야 전력도 메우기 위해 정근우를 외야수로 전환시켰다. 이후에는 1루수를 소화하기도 했다. 한용덕 감독은 팀을 먼저 생각하는 정근우의 마인드를 칭찬했지만, 외야수나 1루수는 정근우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도 분명했다.
정근우는 2019시즌 종료 후 변화를 맞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게 된 것. LG는 정주현을 2루수로 활용해왔지만,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이다. 2차 드래프트는 LG, 정근우에게 있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실제 류중일 감독은 정근우를 개막전 2루수로 낙점했고, 정근우는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부응했다. LG가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상황. 박건우가 차우찬을 상대로 중견수 방면으로 향하는 안타성 타구를 만들었지만, 정근우는 몸을 던져 2루수 땅볼을 만들어냈다. 비록 무관중 경기여서 환호성은 없었으나 그라운드 곳곳에서 박수가 나온 호수비였다.
기세가 오른 정근우는 3회말 곧바로 맞이한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천웅이 2루 도루에 실패해 LG의 흐름이 끊기는 듯했지만,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터뜨린 것. 정근우는 이어 나온 김현수의 2020시즌 첫 홈런 때 홈까지 밟았다. 정근우가 공수에 걸쳐 폭넓게 LG의 승리에 기여한 셈이었다.
이날 경기는 정근우가 한화 시절이었던 2018년 5월 31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705일 만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경기였다. 비록 2년간 선발 2루수로 나서지 못했을 뿐, ‘악마 같은 수비’라 불렸던 그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정근우는 2루수로서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했고, 덕분에 LG는 창단 30주년에 치른 개막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정근우. 사진 = 잠실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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