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민 감독 "'인간수업', n번방 사건 연상? 제작 후 터져…'예방 효과' 주는 작품되었으면"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김진민 감독이 '인간수업'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는 반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진민 감독은 7일 오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과 관련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인생에서 범죄라는 잘못된 답을 고른 10대 주인공 지수(김동희), 민희(정다빈), 규리(박주현), 기태(남윤수)의 예측불가능한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 '무법 변호사'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연출한 관록의 연출가 김진민 감독이 연출을 맡아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과 10대들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그리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각본은 신예 진한새 작가가 썼다. 그는 '모래시계' '카이스트'를 쓴 스타작가 송지나의 아들이다.

이날 김진민 감독은 '인간수업' 연출을 맡은 것에 대해 "처음엔 고민이 됐다. 과연 이걸 내가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인간수업'이 가진 작품 의도를 잘못 해석하진 않을까 말이다. 내가 아무리 잘 표현한다고 해도 청소년 범죄, 워낙 소재가 민감하고 자칫하면 잘하든 못하든 연출자로서 망할 수도 있겠는데 싶더라. 하지만 솔직하게 욕구랄까, 어떻게든 표현해서 전달해야겠다는 약간의 욕심이 있어 도전을 햇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 역시 민감하다는 걸 인지했기에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하기도 했다. 제가 선택한 이상 '부딪혀 보자' 하는 마음으로 갔다. 또 글의 힘이 있었다. 글이 도움이 됐다. 작품을 만들다 보면 욕심도, 갈등도 생기기 마련인데 저만큼 '인간수업'에 열정을 갖고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가장 평범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인간수업'은 최근 대중의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작가님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분명 있었을 거다. '인간수업'이 청소년 범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어떤 의도적인 작품으로 만들려 하진 않았다. 저도 예전부터 이런 청소년 범죄가 벌어진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묻혀왔고,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그런 문제들에 대해 깊이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 이전에 제작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드라마가 꼭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진 않더라도 사회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될 수 있고, 다각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좋을 것 같다.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닌,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가능성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논의로 발전된다면 말이다. 해결이 아니더라도 '예방 효과' 그런 면을 느끼셨다면 좋겠다. '인간수업'을 보고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걸로 족한다. 만약 이것이 아니라면 서사를 통해 자기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그렇다면 연출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진민 감독은 "제가 어릴 때, 학창시절을 생각해봐도 이 정도 사고였는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선 훨씬 더 폭력적이고 잔인한 일이 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질풍노도의 일들은 계속해서 있어 왔다. 지금은 여러 다양한 양산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게 그들이 악마여서도 아니고, 그들이 바보여서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정당화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일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해결하든 안고 가든 공론화시키든, 우선 문제의식에 관심을 두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인간수업'에 접근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이가 들면서 청소년들과 점점 멀어졌고, '인간수업'을 했다고 해서 가까워진 것도 아니지만 다시 한번 '우리가 같이 살고 있었지'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인간수업'을 하면서 빚진 느김이 있었다. 사회에 어떤 목소리를 낸다기보다 그런 마음을 다루고 싶었다"라고 진정성을 엿보게 했다.

[사진 = 넷플릭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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