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KT에 시즌 첫 승을 안긴 이는 외국인투수들도, 지난해 활약을 바탕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한 투수들도 아니었다. ‘슈퍼루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신인 소형준이었다.
소형준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분전했다. KT가 타선의 폭발력을 앞세워 12-3으로 승, 소형준은 데뷔전을 승리투수로 장식했다.
이로써 소형준은 고졸 신인으로 데뷔전을 치러 선발승을 챙긴 KBO리그 역대 8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또한 KT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2명을 배출한 팀이 됐다. 지난 2018년 소형준의 유신고 2년 선배 김민도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바 있다.
소형준은 1~2회말 연달아 실점하는 등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지만, 이내 안정감을 찾았다. 3~4회말을 무실점 처리한 것. 타선이 5회초 6득점, 전세를 뒤집자 소형준은 5회말에도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2사 상황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오재일을 2루수 땅볼 처리하며 임무를 마쳤다.
소형준은 이날 총 84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에 비해 다소 많은 투구수였고, 직구(32개) 최고 구속은 151km였다. 소형준은 투심(24개)을 주무기 삼은 가운데 커브(13개), 체인지업(11개), 슬라이더(4개)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소형준은 경기종료 후 “경기 초반에는 몸이 붕 뜬 느낌이었다. 연속 안타를 맞은 후 마음을 비웠다. 특히 첫 실점할 때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힘을 빼며 던졌고, 이후 조금씩 제구가 잡혔다. 형들도 도와주셔서 이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소형준은 KT가 개막 3연패에 빠진 상황서 우승후보 두산을 만났다. 신인으로서 부담이 따를 수 있는 일전이었다. 소형준은 “특히 같은 방을 쓰는 (배)제성이 형, 장성우 선배가 특히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부담됐지만, 형들이 편하게 던지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소형준이 이날 만든 2탈삼진은 모두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서 만든 탈삼진이었다. “장성우 선배의 사인대로만 던졌다”라는 게 소형준의 설명이다.
소형준의 말대로 탄선의 지원이 뒷받침된 가운데 따낸 승이었다. 소형준은 “5회말 마운드에 올라갈 때 힘이 났지만, (스코어)의식하지 말고 던지자는 마음이었다. 이겼지만,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못 잡았다. 불리한 볼카운트 승부가 많았던 만큼, 다음 경기에서는 초구 스트라이크에 중점을 두고 던지겠다”라고 말했다.
소형준은 더불어 8번째 고졸 데뷔전 선발승 사례라고 전하자 “가장 최근 사례가 (김)민이 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팀도 첫 승, 나도 첫 승이었다. 첫 단추를 잘 채워서 기분 좋다”라고 말했다.
다만, 소형준은 코로나19 여파 탓에 관중이 없는 가운데 데뷔전을 치렀다. 소형준은 “야구를 하는 동안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한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긴장할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긴장보단 ‘내 공이 통할까?’란 걱정을 많이 하며 마운드에 올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소형준이 대기록을 세운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소형준은 이에 대해 전하자 “부모님이 나보다 더 긴장하셨더라. 편하게 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앞으로 효도해야 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소형준.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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