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2018-2019시즌 플레이오프 MVP부터 ‘빅딜’을 통해 울산 현대모비스를 떠난 2019-2020시즌까지. 최근 1년 사이 유독 많은 굴곡을 거쳤던 이대성(30, 190cm)은 오리온에서 다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대성은 18일 KBL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고양 오리온과 계약을 맺게 된 과정, 향후 포부 등에 대해 전했다.
2019-2020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이대성은 장재석과 더불어 ‘최대어’로 꼽혔고, 이들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로 꼽혔다. 장재석은 예상을 깨고 울산 현대모비스를 택했다.
이대성 역시 복수의 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자원이었다. 원소속팀 전주 KCC는 재계약 의사가 높지 않았지만, 가드 전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는 팀들은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특히 부산 KT가 큰 관심을 보인 데다 협상도 꽤 진척됐다.
하지만 계약만 남은 듯한 시점에 KT가 철회 의사를 밝혔고, 이후 이대성의 행선지는 고양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이대성은 오리온과 계약기간 3년 보수총액 5억 5,000만원에 계약했다. 이대성은 기자회견을 통해 “즐거운 농구를 보여주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
“직접 찾아 뵙고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만들게 돼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FA 기간, 최근 1년 동안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궁금한 부분이 많으실 것 같고, 내 의도와 다르게 여러 오해도 생긴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성심성의껏 말씀드리겠다.”
-오리온과 FA 계약을 하게 된 소감?
“FA 기간에 많은 상황이 있었다. 전혀 예상 못한 변수도 많아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어쨌든 결과는 오리온이다. 오리온으로 오게 돼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가 원했던 결과를 얻은 것에 대해 너무 만족하고 있다. 제가 알기론 오리온 구단에서 외부 FA 가운데 유례없는 조건을 제시해주신 것으로 안다. 그래서 나도 계약하게 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단에 감사드린다.”
-FA 기간 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얘기한다면?
“농구를 시작한 후 이 자리에 오기까지 노력하면 다 잘 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 사실 최근 협상 과정에서 그 믿음이 떨어졌다. 다만, 내 생각이 바뀌면 그건 이대성이 아니다. ‘내 노력이 부족했구나’, ‘더 농구선수로서 간절했다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면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제일 큰 핵심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6시에 운동하는 건 팬들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더 현명하게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느꼈다. 많이 부족했다. 다른 게 아니라 내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
-어떤 농구를 하고 싶나?
“신나는 농구. 감독님, 국장님과 얘기를 했다. 나만의 장점이 있고, 내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오리온이 원하는 방향과 내가 원하는 방향이 신나는 농구인 것 같다. 신나는 농구에 포커스를 맞춰 다음 시즌을 치르고 싶다.”
-영웅이 필요없다는 명언(?)을 남긴 강을준 신임 감독과 나눈 얘기는?
“많은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 자리에서 디테일하게 말씀 드릴 순 없다. 전체적인 틀을 말씀 드리자면, 감독님의 마음을 느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오해의 소지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컨트롤 안 될 때도 있지만, 실수했을 때의 행동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감독님도 ‘이대성은 스스로 알고 있는 선수’라고 말씀해주셨다.”
-협상하면서 도움을 받은 분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에이전트 규정과 관련해 느낀 게 있다면?
“쉽지 않다고 느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KBL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구단도, 선수도 좋을 거라 느낀 건 사실이다. 도와주신 형이 있는데 많은 얘기를 들었다. 다른 선수들이 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도 예상했다. 협상하면서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분이 정말 가족 같은 분이었기 때문이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 정도 소문이 무서워서 가족 같은 분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대성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동행했다. 도움을 받아서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이승현, 최진수 등과 함께 뛰게 됐는데?
“너무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다. 이미 농구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느껴왔다. 그동안 많은 친분을 쌓아왔던 선수들이다. 팬들도 기대해주시는 부분인 것 같다. 다만, 나는 부상 우려가 많은 선수다. 한 팀의 가드라는 점에서 물음표도 붙는 선수다. 노멀하지 않은 선수라는 이미지도 굳어졌다. 오히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장재석과 함께 뛰고 싶다는 말도 했는데?
“함께 뛰면 좋겠지만, 둘만의 바람이었을 뿐 최우선은 아니었다. (장)재석이도 잘 됐고, 나도 좋은 선택을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둘 다 잘 된 것 같다.”
-다음 시즌 개인적인 목표와 오리온의 성적을 밝힌다면?
“말 잘해야 한다(웃음). 개인적인 성적은 당연한 것이다. 더 나아가 즐겁게 농구했으면 한다. 즐겁게 농구를 하는 게 팀의 방향성일 것이고, 나도 팬들에게 전달해드릴 에너지가 있다. 팬들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즐거워야 한다. 즐거운 농구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안 다쳤으면 한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대우(외부 FA 계약 가운데 최고액)를 해주셨는데 내가 경기에 못 나간다면 리스크가 크다. 최대한 건강하게, 54경기 모두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미국에 다녀오고, 부상도 있어서 54경기 모두 뛰어본 적은 없다. 어쨌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뛰겠다. 그러다 보면 팀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내가 생각한 대로 그림이 그려진다면, 팬들이 원하는 성적까지도 욕심내보겠다.”
-FA 협상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렇게 구단과 얘기를 나누는 상황이 처음이었다. 나도 FA를 경험해봤던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눠봤다. 냉정하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다 보니 감정적인 부분도 들어오더라. 그걸 컨트롤 하는 게 힘들었다. 내 마음이 컨트롤이 안 되다 보니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았던 것 같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지난 시즌 KCC에 있으면서 부상을 당했고,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했다. 결과에 대해 많이 아쉬웠다. ‘건강했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회복하는 단계다. 비시즌이 길기 때문에 완벽한 시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건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길게 보고 몸을 만들 생각이다.”
-1년 전과 비교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시간을 돌아본다면?
“많은 일을 겪은 1년이었다. 반성할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많이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마음은 반성, 앞으로 나아가야 할 10년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전체적인 마음은 변함이 없다. 노력해야 성공한다. 최근 1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고 생각을 바꾼다면 이대성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여기까지 오긴 왔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건 느꼈다. 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1년이었다. 많이 성숙해질 거라 생각한다. 긍정적인 뉴스로 많이 나오고 싶다. 신념, 소신을 잃지 않게 된 1년이었다.”
-장재석이 해준 조언은 없었나? 현대모비스로 간 장재석에게 조언을 한다면?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가장 믿는 존재다. 오리온 얘기를 하니 좋은 팀, 믿을 수 있는 팀이라고 얘기해줬다. 재석이에게도 현대모비스에 대해 있는 그대로 얘기해줬다.”
-현대모비스, KCC, KT를 만날 때는 감정이 남다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건 전혀 없다. 유재학 감독님, 전창진 감독님께 통화드렸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만 있다. 전혀 그런 건 없다. 물론 제가 많이 아직 어리고, 미숙하게 행동한 부분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한 게 사실이다. 모든 팬들이 한결같이 응원해주셨다. 그런 요소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농구, 즐겁게 하는 농구가 우선이다. 팬들은 관심을 많이 가져줄 것 같다. 그게 한 분이라도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된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 인생 살아가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외에도 원동력 삼을 부분은 많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남긴다면?
“많이 찾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긍정적인 부분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지만, 여러 부분에 대해 관심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잘 행동해서 오해를 받았던 부분에 대해선 결과로 보여주겠다. 일관된 선수라는 것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경기장도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한다.”
[이대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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