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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대작 그림을 구매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판매해 사기 혐의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75)이 공개변론에서 무고함을 호소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공개변론이 개최됐다. 이날 대법원은 미술 작품 창작 과정, 거래 관행 관련해 예술분야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부른 후 공개변론을 생중계로 진행했다.
검찰 측은 상고 이유를 말하며 "피고인 조 씨는 거래 당시 중요 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금전을 교부받아 사기죄가 성립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그는 수많은 방송, 인터뷰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용과 달리 추상적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화가 송모 씨 등에게 그림을 임의로 그리게 했다"고 조영남 본연의 것이 아닌 완성된 작품이 대작임을 강조했다.
조영남이 조수를 차용한 것이 아닌 대작을 시켰다는 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림을 판매했다는 점, 일부 피해자가 조영남이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설명하며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의 변호인 측은 대작이 아닌 조영남이 조수를 차용한 것이라며 "조수들의 행위에 창작성이 없었다. 피고 고유의 사상과 참신함이 담겨있고, 피고인이 조수들에 구체적인 지시로 완성된 작품이기에 저작권은 피고인에게 있다. 또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미술계 관행"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작업 과정에 대해 구매자에게 고지할 의무에 대해선 "구매한 사람들의 일부는 조영남이 조수와 함께 작업했음을 알고 있었다"며 "어떤 작가와 갤러리도 작품 제작 방식을 고지하지 않는다. 또 피고인은 조수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성공한 가수인 그가 구매자를 속일 이유가 없다. 부작위에 의한 기만행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미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참고인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검사 측 참고인 신제남 작가는 "남에게 아이디어를 줘서 그리게 하는 경우는 없다. 예술가이기에 모든 작업을 혼자 그린다"며 "예술작품은 처음부터 완성까지 혼자 하는게 원칙이다. 조수를 쓸 수는 있지만 기여하는 바가 매우 적다. 조수가 대작처럼 8-90% 완성을 시킨다면 예술의 존재가 인정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 측 참고인인 표미선 화랑협회 회장은 "작품의 아이디어를 조수가 생각할 수는 없다. 또 조수들이 많은 작업에 도움을 줬다고 해서 대작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작품의 저작권이 조영남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동시에 "작품을 누가 그렸는지에 대해선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전했다.
최종변론에서 검사 측은 "피고인은 조수가 아닌 대작 화가에게 대신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는 이를 숨긴 채 '조수 사용은 미술계 관행'이라고 말하며 화가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며 "만약 면죄부를 준다면 수많은 연예인들이 거액의 수익을 내고 예술적 성취와 오랜 시간 노력해 온 화가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그림을 산 실제 구매자들은 화투라는 소재를 쓴 피고인의 작품을 창의적으로 본 것"이 라며 "창작자가 누군지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받는다면 고지해야 하지만, 그 외 고지의무를 가지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은 피고인에 대한 잘못된, 섣부른 예단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마침내 피고인 최종 진술 기회가 돌아오자 조영남은 "지난 5년 간 소란을 일으킨 것 죄송하다. 저는 평생 가수 생활을 해왔지만 50년 넘게 현대 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화투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지게 됐다"고 긴 편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화투 그림을 그리며 조수와 함께하는 모습을 틈틈히 보여줬다. 누구랑 작업하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며 "음악과 달리 미술은 놀랍게도 아무런 규칙이나 방식이 없다. 현대미술은 현대미술의 문법은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미술 세계의 견해를 강조했다.
동시에 조영남은 자신의 작품을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제 그림은 어떤 방식으로 그렸냐보다 제목에 주목을 해주실 필요가 있다. 저의 미술은 개념 미술에 가깝다. 그림을 잘 그리느냐, 못 그리느냐 논란을 벌이는 건 옛날 미술 개념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난 5년 간 저의 사건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본 저의 느낌은 대한민국 법 체계가 너무나도 완벽하다는 것이었다. 남은 인생을 갈고 닦아 사회에 보탬이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주시길 우러러 청한다. 부디 제 결백을 가려 주시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앞서 조영남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화가 송모 씨 등이 대신 그린 그림에 덧칠만 하고 서명을 넣거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한 작품을 판매한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총 그림 21점을 21명에게 판매해 1억5천여만 원을 취득했다.
한편 선고 기일은 추후 고지될 예정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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