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최창환 기자]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이 마침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마운드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는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를 갖는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 앞서 오승환을 1군 등록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삼성과 계약하며 국내무대로 돌아왔지만, 원정도박 혐의로 KBO로부터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9일은 오승환이 징계를 마친 후 처음 1군에 등록된 날이다.
오승환은 역대 최다 세이브(277개), 한 시즌 개인 최다 세이브(47개), 최다 연속 경기 세이브(28경기)를 보유하고 있는 등 KBO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꼽힌다. 또한 대망의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까지 단 1세이브 남겨두고 있다.
첫 등판인 만큼, 허삼영 감독은 최대한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오승환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천하의 오승환이라 해도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방출된 후 실전 경험이 없는 만큼, 구위를 점검할 최소한의 시간은 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가장 최근 삼성의 정규시즌 홈경기에 등판한 것은 일본프로야구 진출 전인 2013년 10월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2016년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마운드에 오른 경험은 없다. 허삼영 감독에 따르면, 오승환은 9일 1이닝을 소화할 계획이다.
오승환은 “준비를 잘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안 좋은 일에 연루되는 일 없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복귀전을 앞둔 소감은?
“오랜만의 복귀다. 다른 선수와 다른 절차를 통해 복귀하게 됐다. 한편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준비 잘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주일 동안 등판 없이 1군과 동행했는데?
“아침 일찍 움직이는 데에 맞춰져 있어서 졸리긴 했지만, 감독님이 그런 걸 조금이라도 풀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앞으로 생활 패턴이 (오후)6시 30분에 맞춰져야 할 것 같다.”
-현재 몸 상태와 구속은?
“나도 궁금한 부분이다. 훈련할 때 147km까지 나온 적은 있는데, 그 뒤로는 경기에 나가지 않아서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문제 없이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복귀시점이 미뤄졌는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그보다 조금 더 미뤄졌지만, 나만 힘든 부분이 아니었다. 지난해 수술을 하면서 시간을 벌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일본에 진출하기 전과 팀 내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모르는 선수가 너무 많다(웃음). 그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 미국에 도전할 때도 첫 시즌에는 모르는 선수들과 함께 했다. 한국타자들의 파워가 많이 좋아졌다. 그 와중에 파워가 떨어지는 선수들은 컨택능력이 좋다. 분명 (맞대결이)쉽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선수를 상대하는 전략은?
“강민호, 전력분석팀과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나보다 많이 타자를 상대해본 선수 의견을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 포수 의견을 따라가는 편이다. (포수를)믿고 던질 것이다.”
-허삼영 감독은 당분간 세이브 상황 등판이 없을 거라 얘기했다.
“감독님이 판단하실 부분이다.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따라 감독님이 결정하실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갈 준비가 됐다.”
-라팍 등판은 처음인데?
“대구구장에 비해 누가 봐도 좋은 환경이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무관중이지만, 상황이 좋아진 후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
-변화구 비율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그렇다. 분명한 것은 해외 진출 이전보다 변화구 구사율은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400세이브 달성을 앞두고 있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팀이 나아가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한 경기라도 이기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숫자는 의미 없다. 팀이 이기는 게 첫 번째다. 개인기록과 팀 기록이 다 좋은 게 가장 좋긴 하다. 재미 없는 답변이겠지만(웃음), 팀 승리가 먼저다. 한편으로는 400세이브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고 있어서 빨리 세우고 싶은 마음도 든다.”
-권오준을 제외하면 낯선 투수들인데?
“스프링캠프 때부터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 오히려 그게 걱정일 정도였다. 마운드에서는 그렇게 착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불펜에서 그런 얘기도 해줬다. 커뮤니케이션은 잘해왔다.”
-복귀 과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제가 잘못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내가 충분히 반성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훈련할 때 후배들에게 구종을 알려주는 모습이 보였는데?
“제가 던지는 구종, 그립에 대해 물어보면 알려준다. 나 역시 좋은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에게 물어보는 편이다.”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가 있다면?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정후(키움), 강백호(KT) 등 젊은 선수들과 힘 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다. 좋은 타자가 많이 생겼더라. 해외 진출 전과 비교해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한 타자들도 있었다. 반대의 의미에서 이대호(롯데)와도 대결해보고 싶다.”
-조상우(키움)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새롭게 떠올랐는데?
“똑같이 유니폼 입고 뛰는 선수의 실력을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누가 봐도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다. 좋은 구위를 오래 가져가길 바란다.”
-공인구에 대한 느낌은?
“선수들끼리 나온 얘기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내가 타자와 상대해본 게 많지 않아 아직 실질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없다.”
-왕조시절 핵심이었다. 이제는 팀의 재건을 위해 뛰어야 하는데?
“팀에서 부족한 부분을 알기 때문에 선수들이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열심히 한다고 성적으로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성적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나도 예전 생각만 하며 마운드에 오르진 않는다. 내가 솔선수범하면 젊은 선수들도 좋은 에너지를 받을 것 같아서 열심히 임할 생각이다.”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야구장을 찾아와주실 순 없지만,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다.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많다. 반성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안 좋은 일에 연루되지 않겠다. 더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오승환. 사진 = 대구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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